국제금융시장-원유가격 이라크공습 영향없어 눈길

  • 입력 1998년 12월 19일 08시 37분


91년 제1차 걸프전 때 국제원유가가 급등하고 금값과 증권시장이 요동쳤던 것과 달리 미국 영국의 이라크 공습에도 불구하고 국제금융시장이 안정세를 유지해 눈길을 끈다.

전쟁이 터지면 금이나 석유 등 실물자산의 값이 오르고 기축통화인 달러가치가 급등하는 대신 주가는 폭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 이라크 공습에는 이런 움직임이 따르지 않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주가는 17일 전반적으로 상승했고 아시아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16일 한때 원유값이 올랐으나 17일 하락세로 돌아섰고 미 국채와 금시세는 소폭 하락했으며 미 달러화까지 약세를 보였다.

이처럼 시장의 반응이 시큰둥한 것은 무엇보다 이번 공격이 국제정세의 불안을 가져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장기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희박하고 단기전으로 끝날 전망이어서 불안심리가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미 수차례 예고된 충돌이어서 국제금융시장은 충격을 이겨낼 ‘맷집’을 갖춘 상태다.

1차 걸프전 때와 달리 유가상승 요인이 거의 없다는 전망도 안정심리 유지에 기여하고 있다. 유가는 바닥인데다 공급은 넘쳐나고 공습후에도 이라크는 식량구입용 석유수출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에너지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아시아권의 증시가 안정세를 보인 것도 이같은 유가안정 전망 때문이다.

싱가포르 자딘 플레밍사의 경제분석가 라지브 말레크는 “아시아 각국이 디플레를 겪고 있어 설령 유가가 오르더라도 상당한 완충장치가 있다”고 지적했다.

〈허승호기자·뉴욕·싱가포르AP연합〉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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