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철권통치의 수하르토 인도네시아대통령이 ‘피플 파워’에 의해 권좌에서 물러났으며 ‘킬링 필드’의 주역 폴 포트가 사망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경쟁적인 핵실험으로 세계를 경악케 했고 중국 양쯔강 대홍수와 동남아 연무현상 등 자연재해도 잇따랐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도 세계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했다.
아시아 환란(換亂)이 불러온 경제위기는 지속, 심화돼 수천만명이 직장을 잃는 ‘인간의 위기’로 이어졌다.
▼환란의 지속〓올 한해동안 계속된 아시아의 ‘경제위기 심화’는 전세계에 영향을 줬다. 특히 아시아지역에선 실업자와 노숙자 부랑민이 급증, 가정과 공동체의 파괴현상도 본격화 했다.
이는 아시아적 관행에 문제가 있다는 ‘아시아적 가치’ 논쟁으로 이어져 아시아인의 자존심에 손상을 입혔다.
소극적인 경기대응을 하다 국제사회의 집중적인 비난을 받은 일본의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내각이 7월에 무너졌다.
반면 중국은 자국의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위안화 가치 고수’ 약속을 지켜 지역 맹주의 지위를 공고히 했다.
마하티르 모하메드 말레이시아총리는 반(反)국제통화기금(IMF)정책으로 돌아서는 경제실험을 시작했다.
‘미국과 IMF가 아시아 환란 때 제 역할을 했느냐’는 의문이 일면서 ‘엔화 경제권’과 아시아통화기금(AMF)창설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기도 했다.
▼인도 파키스탄 핵경쟁〓인도가 5월21일 전격적으로 핵실험을 실시하자 파키스탄도 9일 뒤 대응 핵실험을 강행, 세계에 핵공포를 다시 던졌다. 인도는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 해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그러나 인류를 핵볼모로 삼으려 한다는 국제적 비난 속에서 파키스탄은 무리한 핵개발로 인한 경제난으로 파국상황에 몰렸으며 인도도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이 패하는 등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크메르루주 소멸〓75년부터 4년간 2백만명의 캄보디아인을 학살,‘인간백정’으로 불리던 크메르루주의 지도자 폴 포트가 4월 태국접경 정글에서 숨졌다. 미국 등 국제인권단체가 국제법정에 세우겠다고 벼르고 있는 키우 삼판, 타 목, 누온 체아 등을 제외한 잔당들은 12월초 캄보디아 정부에 투항해 악명높았던 크메르루주는 소멸했다.
▼자연 재해〓엘니뇨현상의 여파로 유난히 자연재해가 심했다. 중국 양쯔강이 범람해 2천여명이 사망, 실종하고 1천4백만명의 이재민을 냈으며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0.5%나 위축시켰다.4월 인도네시아의 삼림화재와 이로 인한 극심한 연무현상은 해당지역 주민에게 호흡기 질병을 가져다 주었고 동물서식지를 파괴했다. 시베리아 극동지역의 산불도 대표적인 엘니뇨재해에 속한다.
▼기타〓8월말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동북아 안보에 큰 위협을 주었다.특히 일본에는 북한의 탄도미사일개발에 대응해 재무장을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8월 전국인민대표자 대회를 통해 지도부를 개편, 장쩌민(江澤民)의 권력기반체제를 강화했다.
올해는 동북아 3국인 한 중 일의 교차정상회담이 유난히 활발했던 해였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