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리자문 보고서 파문]『日,미국식 경쟁체제로 가야』

  • 입력 1998년 12월 24일 19시 07분


일본 총리의 직속 민간자문기관인 경제전략회의(의장 히구치 히로타로·아사히맥주 회장)는 23일 “평등과 공평을 중시해온 일본식 사회시스템을 효율과 공정을 축으로 하는 ‘건전한 경쟁사회’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제전략회의는 △국가공무원 삭감을 통한 공공부문의 군살빼기 △금융시스템 변혁 등 거품경제 청산 △사법시험 합격자 수의 대폭 증원 △재정투융자 운용실태 공개 등을 제안하고 “관료가 아닌 정치권이 이를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전략회의는 이날 이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일본경제재생을 위한 전략’이라는 제목의 중간보고서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에게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일본의 경제성장을 지탱해온 일본형 시스템의 근본적 변혁을 촉구한 것으로 일본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킬 전망이다.

▼ 주요 내용 ▼

전후(戰後) 경제성장을 지탱해온 일본식 사회시스템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평등과 공평을 원칙으로 한 일본형은 고도 경제성장시대에는 잘 들어맞았지만 세계화와 고령화 시대인 현재는 노력에 대한 보상없는 시스템일 뿐이어서 활력을 찾을 수 없다.

일본형 시스템의 부작용인 과도한 규제와 보호, 호송선단식 행정은 공공부문의 비대화와 자원배분의 왜곡을 초래했다.

일본경제가 활력을 되찾으려면 미국처럼 효율과 공정을 축으로 하는 사회, 건전하고 창조적인 경쟁사회의 구축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앞으로 2년간을 거품경제 청산기간으로 설정해 금융기관과 기업의 부실자산 처리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또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단기간에 과잉설비를 처리하고 10년내에 정보통신 도시 주택 환경 교육 복지분야 등 미래형 사회자본을 중점 정비해야 한다.

세출삭감과 국유재산 매각으로 균형재정을 회복하고 직접세의 누진구조를 완화해야 한다. 재정투융자 운용실태를 공개하고 장기적으로는 재정투융자 폐지까지를 고려해야 한다.

▼ 의미와 반응 ▼

이 보고서는 지금까지 일본정부 자문기관이 내놓은 정책제언 보고서중 가장 ‘혁명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보고서가 기존 일본식 사회시스템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사회상은 미국형 경쟁사회다. 특히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라는 쌍둥이 적자와 기업의 국제경쟁력 저하에 신음해온 미국이 80년대 레이건 행정부에서 작은 정부의 실현과 규제완화, 감세, 주주이익 중시정책 등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

오부치총리는 이 보고서에 대해 “국정수행에 귀중한 제언으로 확실히 받아들이겠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으나 기득권을 대폭 포기해야 하는 관료사회와 자민당에서는 벌써부터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말로 예정된 최종보고서 발표때까지 내용을 수정하려는 관료 사회와 자민당의 로비와 저항이 적잖을 전망이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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