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주가 띄우려 기업결산 전망치 왜곡

  • 입력 1998년 12월 27일 19시 38분


“뉴욕 월가의 투자분석가들도 주가를 부추기기 위해 기업결산 전망치를 왜곡한다.”

미국의 금융연구기관 퍼스트콜은 최근 ‘투자분석 보고서 새겨읽는 법’을 제시하면서 이같이 폭로했다.

미국 기업의 99년 순이익 성장률을 19%로 전망한 미국 투자은행들의 전망치를 액면 그대로 믿지 말라는 충고였다.

퍼스트콜이 지난 14년간의 전망치를 분석한 결과 투자분석가들이 내놨던 수치는 1년후 실제로 발표된 이익성장률보다 평균 5∼8%포인트 높았다.

분석가들은 일단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후 시간이 흐르면서 예상이익 성장률을 낮춰잡기 시작한다.

연말결산을 앞두게 되면 이들은 실제 이익률보다 2%포인트 가량 낮은 전망치를 내놓는다. 결산내용이 나오면 월스트리트저널 등 유력경제지에 ‘A기업, 예상을 뛰어넘는 높은 이익 기록’이란 제목의 기사가 실리게 하기 위한 고단수 전략이다.

분석가들이 주가를 부추기려 한 흔적은 이밖에 또 있다.

이들이 14년간 내놓은 투자조언 3만여건 가운데 ‘주식을 팔라’는 것은 1%인 3백여건에 불과했고 나머지 99%는 ‘일단 관망하라’ 또는 ‘사라’였다.

퍼스트콜은 이 때문에 “분석가들이 팔라고 조언하면 절대로 이를 무시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실제로 매각권유가 있은 뒤 대부분의 경우 주가가 떨어졌다.

분석가들이 주가를 지지하려하는 것은 주가가 올라야 기업 은행 증권사뿐만 아니라 자신들도 행복해지기 때문.

로렌스 브라운 미 조지아주립대 교수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부하는 월가의 분석가들이 보고서 조작으로 주가상승을 유도한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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