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필드」주역 죄값받나?…유엔 전범재판 추진

  • 입력 1998년 12월 27일 19시 38분


킬링필드의 주역들이 반인륜범죄로 단죄될까.

크메르 루주의 지도자 3명 중 키우 삼판(67)과 최고이론가 누온 체아(71)2명이 25일 투항했다. 두 사람은 70년대 크메르 루주 집권 4년동안 폴 포트와 함께 2백만명을 학살한 ‘킬링필드’의 주역으로 각각 국가수반과 의회의장을 지낸 거물. 이들은 유엔이 국제전범재판에 회부하기 위해 증거를 수집중인 인물들이다.

미국의 인권감시단체인 ‘인권감시’도 이들의 투항소식이 전해진뒤 27일 성명을 통해 “이들의 반인륜범죄는 단죄돼야 한다”며 태국정부에 이들의 체포를 촉구했다.

이들의 투항은 4월 폴 포트 사망 이후 급격히 세력이 약화된 크메르 루주의 명줄을 끊은 셈이다.현재 정글에 남은 세력은 ‘도살자’라고 불리는 ‘외발 지도자’ 타 목(70대초반)과 그를 추종하는 1백여명 정도.

▼크메르 루주 약사〓크메르 루주는 63년 폴 포트가 좌익지식층을 중심으로 만든 공산주의 단체. 정식명칭은 캄푸치아인민당. 그러나 당시 노로돔 시아누크공이 캄보디아의 대표종족 ‘크메르’와 ‘루주(붉은 색이라는 뜻)’를 합성해 ‘크메르 루주’라고 부른 이래 이 이름으로 더 알려졌다. 크메르 루주는 75년 론놀정권을 타도하고 공산정권을 세운 뒤 79년 국경분쟁을 빌미로 침공한 베트남군에 의해 축출될 때까지 4년간 집권했다. 이 기간동안 농업에 기반을 둔 자급자족국가를 이룬다는 목표아래 도시민과 지식인들을 농촌으로 강제이주시키고 사유재산제도를 폐지하는 등 마오쩌둥(毛澤東)이론을 실험했다. 당시 인구의 5분의 1인 2백만명이 강제노역과 기아, 처형으로 죽었다.

91년 캄보디아내 모든 정파가 참여한 파리평화조약을 통해 다시 정치무대에 복귀했지만 집권세력과의 알력끝에 92년 다시 정글로 돌아갔다. 그뒤 잦은 내분으로 세력이 약화되고 96년 폴 포트의 처남인 이엥 사리가 1만명의 게릴라와 함께 투항하고 폴 포트가 사망하면서 퇴조를 거듭했다.

▼재판문제〓캄보디아 정부는 키우 삼판과 누온 체아 등을 대량학살과 반인륜적 범죄행위로 법정에 세우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훈센총리는 투항을 허용하면서 “현시점에서 재판문제를 논의할 시점이 아니라 국가재건과 화해에 대해 얘기할 때”라고 말해 뒷거래를 시사했다.

지금까지 대량학살과 관련해 감옥에 간 크메르 루주 지도자는 없었다. 그러나 유엔조사단이 지난달부터 이들을 국제전범재판에 회부할 증거를 수집중이어서 재판여부가 주목된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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