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협상태도, 내년 봄 한반도안정 최대변수

  • 입력 1998년 12월 28일 19시 47분


일본에서 거듭 제기되는 내년 봄 한반도 긴장설이 과연 실체가 있는걸까. 워싱턴의 분위기는 ‘전적으로 북한에 달려있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긴장유발의 첫 단계가 북한이 지하핵의혹시설에 대한 사찰 거부 및 미사일 추가 발사실험 강행여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미국과 일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두가지 문제에서 협조하지 않을 경우다. 이 경우 일본의 대북 경수로 분담금 10억 달러 지출거부 또는 미 의회의 대북 중유 및 식량지원 중단→북한의 제네바 핵동결합의 파기 등 반발→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 순으로 긴장국면이 예상된다.

그러나 핵의혹시설에 대한 협상과 관련해서는 북한이 요구해왔던 3억 달러의 보상요구를 철회한 점이나 다음달 18일 제네바에서 열리는 4자회담을 전후해 다시 회담을 개최키로 합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위기요인으로 점치기는 어려운 상태.

더 큰 문제는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실험 강행여부다. 22일 뉴욕에서 열린 한국 미국 일본의 3자정책협의회에서 일본은 북한이 미사일을 다시 실험할 경우 대북 경수로분담금 지출을 국회로부터 승인받을 수 없다고 한미양국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국은 북―미간 핵동결협정에 규정되지 않은 미사일과 핵문제의 연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정부는 원칙적으로 두개가 별개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북한의 미사일 추가실험은 미 의회의 대북 강경기류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미사일 문제에서 3국3색의 입장차이가 내년봄 한반도 긴장국면을 보는 한 요인이 되는 것으로 일본이 자국의 안보입장에서 긴장 또는 위기설을 의도적으로 조성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윌리엄 페리 한반도 조정역이 이같은 대북 노선의 차이점을 어떻게 절충해나갈지도 유심히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미국은 한국이 북한에 대해 지나치게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서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미 국무부 관리들은 이달초 페리 조정역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만나 나눈 대화내용이 그대로 한국언론에 흘러나오자 분격했었다고 한반도 전문가들이 전했다. 뉴욕과 워싱턴에서 지하핵 의혹해소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경제제재 완화와 미국과 북한의 대사급 외교관계 허용 등 주된 향후 협상카드들을 노출시킴으로써 미국의 협상입장을 약화시켰다는 것.

어떻든 내년 협상의 주요한 고비마다 북한이 과연 어떻게 나올 것인지가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 한미일 3국의 미묘한 입장차이도 효과적인 대북 공조체제 구축에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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