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두꺼비」, 20년만에 「후지산」 정복

  • 입력 1998년 12월 29일 19시 48분


‘두꺼비’ 진로소주가 일본 소주시장의 정상에 섰다.

진로소주는 ‘난공불락’으로 불리는 일본시장의 장벽을 뚫고 올해 ‘톱 브랜드’가 됨으로써 일본에서 단일품목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 첫 한국상품으로 기록됐다.

더욱이 진로그룹이 부도를 내 화의절차가 진행중이고 일본에 진출한 대다수 한국기업이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룬 쾌거여서 의미가 크다.

일본 일간경제통신이 최근 발표한 ‘98년 브랜드별 소주판매량’에 따르면 진로소주는 올해 일본에서 작년보다 14% 늘어난 3백60만상자(한 상자는 12병)를 팔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또 올해 매출액은 1백88억엔(약 1천8백80억원)으로 작년보다 44%나 늘었다.

지난해까지 소주시장 1위를 지켰던 다카라(寶)주조의 준(純)은 작년의 91%인 3백30만상자를 파는데 그쳤다.

진로소주의 올해 판매신장률 14%는 일본 주류업계에서 ‘기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후 최악의 불경기로 일본의 주류판매량이 작년보다 10%가량 줄었고 개별기업도 대부분 악전고투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진로소주가 일본땅을 밟은 지 20년, 일본현지법인 진로저팬을 설립한 지 10년만에 정상에 서게 된 요인은 무엇일까.

먼저 ‘현지화 전략’이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일본에서 판매되는 진로소주는 알코올 농도는 한국과 같지만 일본인의 입맛을 겨냥해 담백하면서도 조금 달콤한 것이 특징.

신용을 중시하는 일본의 상인정신에 따라 주류 도소매업자와 두터운 신뢰관계를 쌓은 것도 성공에 한몫했다.

일본인들의 눈길을 끄는 TV광고 등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도 빼놓을 수 없다. 도쿄(東京) 등 수도권에서 진로소주의 소비자인지율은 86%가 넘는다. 일본 라디오방송과 공동 개최한 ‘진로 징글벨 파티’나 다양한 소비자캠페인으로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파고들었다.

진로가 채택한 고가격 고품질 전략도 적중했다. 진로소주가 다른 일본소주보다 13∼16% 정도 가격이 비싼 것이 오히려 ‘위스키에 가까운 고급소주’라는 이미지를 뿌리내리게 했다. 불황으로 양주 마시기가 부담스러운 애주가들은 ‘양주같은 소주’라는 별명을 가진 진로소주를 즐겨 찾았다.

운도 따랐다. 80년대 후반 술에 매실이나 탄산소다를 섞어 마시는 ‘칵테일 음주붐’이 분 것도 일본시장을 파고드는데 크게 기여했다.

진로소주가 일본에서 거둔 성공의 비결은 일본시장을 뚫어야 할 한국기업에 귀한 참고서가 될 듯하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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