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빛낸 얼굴들]美사회서 존경받는 韓人2, 3세대

  • 입력 1998년 12월 30일 19시 34분


한국계 미국인들에게 98년은 희망의 한 해였다. 최초의 한인출신 국무부 차관보와 5백대 갑부 등장….

고된 육체노동을 하면서도 자식들을 훌륭히 교육시킨 이민 1세대의 희생이 2,3세대에 의해 만개하는 낭보들이 계속 이어졌다. 한인사회는 고홍주(44·미국명 해럴드 고) 예일대교수가 미 국무부 인권담당차관보에 취임함으로써 미국 이민 1백년사만에 처음으로 정식 차관보급 고위 관리를 배출했다.

또 김종훈 유리 시스템회장(38)은 루슨트 테크놀러지에 회사를 매각하면서 10억달러를 거머쥠으로써 일거에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지가 선정한 5백대 갑부 리스트에 진입했다.

이밖에 정동수 상무부 수출촉진국장(43) 등 역대 미 행정부 사상 최다인 10명의 한인들이 정치적 임명직에 진출함으로써 한인들의 밝은 정치적 장래를 예고했다.

지난해에는 31세의 한인여성 캐슬린 안이 민주당 전국위원회 아시아태평양 담당국장에 취임했다.

한인 이민 2,3세대가 미국의 주류사회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는 증거는 언론 문화계에서도 두드러진다. 언론 문화계에 진출한 한인들은 유태계 언론인들이 유태인들에 대한 미국민의 인식을 바꾸면서 다른 유태인들의 주류사회 진출을 도왔듯이 한인들의 아메리칸 드림 실현을 위한 커다란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언론계에서는 미국의 언론박물관에서 이름을 기릴 정도로 탁월한 업적을 남긴 이경원씨(69·NBC방송 자문위원)의 뒤를 이어 2백여명의 젊은 한인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의 고참 여기자인 코니 강, 유에스에이투데이의 제임스 김,백두진(白斗鎭)전총리의 손녀인 월스트리트저널의 펠리셔 백, 워싱턴포스트의 피터 배, 다우존스뉴스의 루이스 허 기자와 AP통신의 강형원 사진부장 등이 대표적 인물.

방송에서는 MSNBC의 리사 김과 CNN의 메이 리가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의 앵커우먼이며 시아니 리는 NBC 필라델피아에서, 버지니아 차는 시카고에서, 리암 김은 샌디에이고에서 지역방송의 앵커우먼으로 뛰고 있다.

남성 뉴스캐스터로서는 마이클 김이 스포츠전문채널인 ESPN에서 활약하고 있다.

실력 하나로 치열한 경쟁과 인종차별의 벽을 뚫고 주류언론에 진출한 이들은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독특한 앵글에서 포착한 메시지를 미국인들에게 전하면서 후배 한인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이밖에 92년 로스앤젤레스 흑인폭동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한인이 당한 피해의 실상을 균형있게 전달해 호평을 받은 한인 독립영화제작자 대실 김 기브슨과 크리스틴 최, 엘레인 김도 눈에 띄는 문화계 인사들.

최근 한인들의 진출이 특히 두드러진 분야는 ‘순교자’를 쓴 김은국씨가 개척한 소설쪽. 예일대를 나와 오리건대 문예창작교수로 일하고 있는 이창래씨(31)는 95년 한인 사립탐정의 눈을 통해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장편소설 ‘네이티브 스피커’로 미 문단에 혜성같이 등장한 뒤 뛰어난 작품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노라 옥자 켈러의 소설 ‘종군위안부’는 뉴욕타임스와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 유수한 신문의 서평에서 그해 가장 좋은 소설의 하나로 꼽혔고 페이퍼백(보급판)으로도 출간될 만큼 대중적인 성공도 거뒀다.

‘내 목소리를 찾아서’라는 소설로 미 작가동호인협회상을 수상한 머리 리(34)는 미국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하이틴 소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혜리씨(34)는 북한에 남겨둔 자식들을 탈출시켜 한국에서 재회한 할머니의 실제 얘기를 그린 ‘여전히 쌀과 함께 하는 삶’으로 호평을 받았다. 최순열씨는 한국계 가정을 무대로 한 동화를 통해 한인들에 대한 이해를 넓혀나가고 있으며 미야 윤은 ‘바람들의 집’이라는 소설을 최근 펴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인 2,3세대들은 이밖에 할리우드에서 코미디언으로 활약하는 스티브 박, 마거릿 조, 샌드라 오와 프로스포츠 사상 한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랭킹 1위에 오른 포켓볼 선수 재닛 리처럼 다종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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