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뉴 패러다임(下)]10가지 `변화의 싹`

  • 입력 1999년 1월 2일 18시 49분


《‘21세기 뉴 패러다임’의 상(上·1일자 C2면)에 이어 하(下)를 소개한다. 하에서는 지식 강대국과 지식 약소국을 낳을 지식사회의 끝, 여성을 출산으로부터 완전히 해방시킬 아기공장의 가능성, 전세계 남성을 변강쇠로 만들 성(性)능력산업, 환경산업의 미래, 장기교체 등을 통해 새로운 세기, 새로운 천년에 우리가 경험하게 될 변화의 단초들을 찾아보았다.》

[지식사회]

만화영화나 컴퓨터 프로그램 하나로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비아그라를 개발해 돈방석에 앉는다. 지식이 새로운 가치창출의 주요소가 되고 두뇌가 세상을 지배하는 이른바 ‘지식사회’의 편린들이다.

지식사회에서는 기존 ‘산업사회’에서의 인식과 습관은 더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노동력 토지 자본을 투입해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사회와 달리 지식사회에서는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돈을 만들어 낸다. 지식사회의 새로운 룰은 유연성과 개방성이다. 기존의 시간과 공간의 틀에 맞춰오던 생활패턴이 붕괴되면서 ‘학습조직’이 일반화되고 ‘나홀로회사’나 ‘움직이는 사무실’이 새로운 일터가 된다.

지식과 돈의 상관관계에서 ‘부익부(富益富) 빈익빈(貧益貧)’현상이 가속화되고 국제적으로 지식강국이 지식빈국을 아우르는 새로운 ‘지배―종속’관계가 빠른 속도로 구축돼 간다. 지식사회의 불평등이 개인과 국가를 새로운 ‘지식 카스트제도’에 편입시키는 것.

나아가 ‘다른 대륙에 사는 동년배 어린아이와 인터넷으로 정보를 교환할 시간은 있어도 바로 옆집에 사는 친구와는 놀 시간이 없는’(J와인젠봄) ‘개체화 사회’에서 개인은 고립되고 정체성을 상실한다.

그렇다면 지식사회, 한국의 미래는 어떤가.‘지식사회를 준비하자’는 기초적인 연구나 토론마저 산업사회 방식인 물량주의나 실적주의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어린 지적들이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아기공장]

‘임신에서 출산까지 체외에서….’

영국의 올더스 헉슬리는 소설 ‘멋진 신세계’에서 자녀를 ‘인간복제’로 만드는 ‘아기공장’을 선보여 깊은 인상을 남겼다.

21세기 여성은 출산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인가. 과학자들은 ‘인간복제’의 경우처럼 “기술적으로는 가능하겠지만 윤리성 문제로 ‘자유’를 얻을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말한다.

체외출산의 핵심은 수정란을 체외에서 기르는 ‘인공자궁(또는 인공태반)’에 있다. 자궁처럼 태아에게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는 배양환경을 만들 수 있느냐는 것. 그 가능성은 습관적 유산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에서 엿볼 수 있다.

최근 영국의 과학학술지 ‘네이처’에는 수태기가 19일인 쥐의 수정란을 체외에서 10일동안 배양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국내 A대의대도 최근 영양분과 산소를 함유한 배양액에 쥐의 배아를 넣어 체외에서 9일(인간의 임신 24∼26주)동안 기른 뒤 심장박동과 혈액순환을 확인했다. 현재 임신 26주에 태어나는 조산아(早産兒)도 인큐베이터를 이용하면 살릴 수 있으므로 이론적으로는 이 둘의 방법을 결합하면 체외출산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론적 가능성만을 토대로 ‘정상아’를 출산시키는 데에는 아직도 미해결의 난제가 많다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도덕적 윤리적 저항으로 인해 완전한 체외출산은 21세기에도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성기능 확장]

70년대 말 ‘음경보형물 시술’이 성공한 뒤 98년 ‘비아그라’의 ‘탄생’까지….’

지난 20여년 동안 남성의 성기능을 향상시키는 기술은 ‘보형물삽입술→주사제→바르는 약→먹는 약’의 순으로 발전돼 왔다. 그렇다면 21세기에는 식욕처럼 성욕(性慾)도 숨을 거두기 전날까지 충족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그렇다’고 말한다.

최근 국내의 한 연구 결과 건강한 70대 남성의 70%가 매주 1회 성생활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나이가 들면 성능력이 떨어지게 마련. 성기내의 혈관이 노화로 막히고 좁아져 발기에 지장을 주기 때문. 먹는 약 ‘비아그라’는 혈관 확장을 통해 이를 막아준다.

바르는 혈관 확장제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약의 효과가 곧 나타나며 성기에만 약의 효과가 나타나 다른 장기에 대한 부작용이 없기 때문. 요도 삽입제 ‘뮤즈’도 개발돼 있다.

한발 더 나가 21세기에는 성기세포를 배양해 ‘늙은 근육’ 대신 이식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성능력 강화산업은 성기능 장애로 인한 이혼을 막아 준다. 비아그라가 시판됐을 때 미국에서는 그 사회적 함의를 원만한 부부생활과 이에 기초한 가정화목에서 찾았다. 그러나 부정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다른 모든 신체기능이 이미 떨어진 노인에게 ‘성기 기능’만 보충해 준다고 해서 전신 활동인 성행위가 가능한 것도 아니겠지만 무엇보다도 자연의 이치, 인생의 순리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지구 환경]

먼 미래의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상당수 SF영화에 나오듯 대기오염으로 하늘은 항상 잿빛이고 인간은 두더지처럼 지하에서 살아가는 그런 황폐한 모습일까. 아니면 첨단 기술로 환경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청정(淸淨)혹성’일까.

“양 극단 중 어느쪽이 인류의 미래가 될지, 바로 지금 우리가 그 미래를 결정할 갈림길에 서 있다.”(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 김중열)

어느 길로 들어설지를 예측하려면 과거를 돌아봐야 한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혁명 이전의 2백75PPM에서 현재 3백60PPM으로 상승했다. 지구온난화는 진행 중이고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기상이변도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비관은 아직 이르다. ‘환경’이 20세기 중 후반 이후 인류사회를 주도하는 또 하나의 명제가 되면서 인간에 의한 환경파괴도 서서히 제동이 걸리고 있다. 중앙대 이상돈교수(환경법)는 “70년 로마클럽의 보고서는 21세기 초가 되면 지구의 화석연료와 식량이 고갈될 것이라고 전망해 충격을 줬지만 전망은 맞지 않았다”면서 “21세기에도 환경문제가 계속 제기되겠지만 인류의 대응으로 지구환경은 근근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그는 “2010년경이면 미국 총전력의 15%를 생산하는 원자력발전설비가 수명을 다하게 된다”면서 “미국 등 거대국들이 어떤 에너지 정책을 취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이기홍기자〉lkh@donga.com

[인공장기]

‘21세기에는 장기이식(臟器移植)에 대한 개념이 달라진다.’

20세기가 ‘장기이식이 가능해진 세기’로 자리매김된다면 21세기는 ‘거의 모든 장기를 인공장기로 대체할 수 있는 세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심장처럼 체내에서 단순하고 기계적인 기능을 하는 장기의 개발은 이미 상당히 진척돼 있다. 미국의 유타대는 82년 세계 최초로 체외에 장치하는 인공심장을 개발해냈다.

서울대의대 민병구교수팀도 94년 체내 장착형 인공심장을 양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 2005년에는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할 수 있도록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21세기에는 또 간처럼 체내에서 화학적 기능을 하는 인공장기도 개발될 예정. 이를 위해 △특정 장기의 세포를 배양해 인공장기를 만드는 ‘세포조직공학술’과 △동물의 난자에서 핵을 제거하고 여기에 인간의 체세포를 넣어 인간 수정란을 만든 뒤 특정 장기만 선택적으로 키워 이를 환자에게 이식하는 ‘동물을 이용한 장기이식대체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97년 미국에서 열린 국제인공장기학회에는 간세포를 길러 인공 간을 만든 뒤 이를 특수 용기에 심어 혈관을 연결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10년 안에 체내에서 최대 2,3년 동안 기능할 수 있는 인공간이 개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국내 A의대는 동물을 이용한 장기이식대체술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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