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대중문화 동반시대]이규형/日프로덕션 ‘권력 막강’

  • 입력 1999년 1월 4일 19시 59분


일본에서 프로덕션을 거치지 않고 연예인이 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연예프로덕션이 스타들을 공급하는데다 방송사 영화사에서도 프로덕션을 통해 기본적 자질을 쌓은 연예인들을 캐스팅하는 것이 경제적이고 믿을 만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프로덕션의 막강한 영향력은 한국에서는 상상하지도 못할 일들이 벌어지게 만든다. ‘SMAP’ ‘토키오’ ‘킨키 키즈’ 등 톱스타들을 거느리고 있는 프로덕션 자니스는 민방TV에 자사 소속 연예인들만 출연하는 ‘8시다 J’라는 프로를 만들어 내보냈다. 유명 프로덕션이 특정 프로의 출연을 거부하면 당장 ‘사건’으로 비화된다.

스타들의 수입은 우리나라와 반대의 의미에서 상상을 초월한다. 편당 2억엔(약20억원)의 CF 출연료를 받는 톱스타들도 월급은 30만∼40만원 수준에 머무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물론 나머지 수입은 고스란히 프로덕션에 돌아간다.

수백억원을 벌어들이는 ‘노다지’ 아무로에게는 차를 사주거나 다양한 보너스를 지급하겠지만 월급은 프로덕션협회 차원의 정해진 금액을 벗어나지 못한다. 대신 프로덕션은 2백∼3백명에 이르는 ‘뜨지 못한’ 소속 연예인들에게 월급과 기회를 제공한다.

이같은 연예프로덕션의 힘을 파악하려면 개인보다는 조직과 신뢰를 중요시하는 일본인 특유의 정서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은 매니지먼트사와 연예인이 돈 때문에 수시로 갈라서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다. 금전적인 이유로 소속사를 바꾼 스타는 막강한 프로덕션의 견제에 밀려 곧 B급 연예인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이규형(영화감독겸 일본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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