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IISS전략문제논평]Y2K 「국가 재난」우려

  • 입력 1999년 1월 10일 19시 33분


<<2000년을 1년 앞두고 지구촌에 ‘Y2K(밀레니엄 버그)’ 비상이 걸렸다.

Y2K가 불러올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면서 각국은 물론 국제기구들까지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으나 이미 금융 의학 등의 분야에서는 ‘재난’이 시작됐다.

컴퓨터가 보급된 곳이면 장소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발생할 Y2K의 예상피해와 대책 등을 종합 정리한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전략논평을 요약 소개한다.>>

▽국가 기반시설에 대한 위협〓각국은 Y2K에 따른 문제의 초점을 대부분 군사적 측면에 맞추고 있으나 국가 기반시설에 나타날 문제가 사실은 더 심각할 지도 모른다.

통신 운송 항공통제 금융체계 등은 모두 밀접히 연관돼 있기 때문에 한곳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연쇄적으로 번져 엄청난 국가적 재난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발전소도 걱정되는 분야. 국제원자력발전소협회(WANA)는 Y2K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전세계 32개국에서 4백29개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1백30개 회원사를 상대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대책마련을 위해 골몰하고 있다.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할 경우 산업피해는 물론 엄청난 사회혼란과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77년 뉴욕시에서 25시간 동안의 정전으로 약탈과 폭동이 일어난 것이 좋은 사례.

▽방위체계에 대한 위협〓방위분야에서는 자체 위기와 혼란을 틈탄 적대적 해커들의 활동까지 우려되고 있다. 93년 북―미(北―美)미사일 경보시스템의 일부 기술자들이 장난으로 컴퓨터 시계를 2000년 1월1일로 맞추자 모든 시스템이 중단돼 미국의 핵방위망에 구멍이 뚫린 사건은 Y2K가 군사분야에 미칠 혼란에 대한 생생한 사례.

미 국방부의 한 관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Y2K문제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란 생각에 식은 땀을 흘리며 잠자리에서 눈을 뜨는 날이 5일중 하루는 되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나마 미국과 영국은 군사정보를 지키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으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나머지 회원국이나 개발도상국들은 대비가 미비한 실정. 미군의 경우에도 해외주둔군은 어느 정도 주둔국의 시설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Y2K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다. 미국은 또 전세계 7백여곳에 통신망이 설치돼 있는 지휘통제시스템도 일일이 점검해야 한다.

Y2K는 또 실수로 요격기를 출동시키거나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의 문제도 초래할 수 있다. 발칸반도 남아시아 중동 등 분쟁지역에서는 이러한 실수가 더 큰 재앙을 야기할 수도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실수 및 오작동으로 인해 탄두미사일이 발사될 경우에 즉각 이를 상대국에 통보해 오해로 인한 불상사를 막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Y2K 해결비용〓일반적으로 Y2K 해결비용은 구형컴퓨터를 2000년을 인식할 수 있는 컴퓨터로 교체하거나 프로그램을 수정하는데 드는 직접비용만을 뜻한다.

그러나 컴퓨터오류에서 비롯한 문제에 따른 피해액 등 간접비용까지 포함할 경우 추정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액수가 늘어난다. 예를 들어 세수(稅收)에 차질을 빚거나 재정집행이 지연 또는 마비될 경우 피해는 엄청날 것이다. 이런 문제들은 최악의 경우 세계 경제침체까지 불러올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세계에서 5년간 Y2K의 해결에 들어갈 비용을 약 2조달러로 잡고 있다.

〈정리〓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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