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방송과 외신들은 6일 아프리카 서해안의 조그만 나라 시에라리온에서 벌어진 소년병 실상을 이같이 전했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정치적 종교적 또는 종족간 분쟁에서 무고한 어린이들이 희생되고 있다.
유엔아동기금과 휴먼라이츠워치 등 국제단체들은 소년병의 개념을 ‘만 18세 미만의 병사’로 규정하고 그 숫자는 전세계 50여개국에 약 30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아프가니스탄 시에라리온 우간다 스리랑카 콜롬비아 등 오랜 내전으로 정규병력이 부족한 나라에 많으며 반군뿐만 아니라 정부군에도 있다.
▽모집형태〓대부분 강제동원된다. 많은 경우가 납치다. 정부군도 배정된 인원수를 맞추기 위해 나이를 속여 징집하는 경우도 있다. 수단에서는 버스를 타고 등교하던 학생 모두가, 과테말라에서는 교회에서 예배를 보던 어린이들이 반군에 끌려간 적도 있다.
▽훈련〓잔혹성과 용감성을 먼저 키운다. 소년들은 입대 후 담력을 쌓기 위한 ‘지옥훈련’을 거친다. 모잠비크 반군단체인 ‘레나모’는 처음 징집된 소년들에게 가족을 살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페루의 한 반군단체는 포로의 배를 가르게 하기도 했다.
무서워하는 소년병에게는 마약과 부적으로 특별처방을 한다. 많은 소년병들은 마약에 취한 채 전투에 투입된다. 이들은 몽롱한 상태에서 무서움을 잊고 공격명령에 따른다.
시에라리온 친정부 무장단체인 시민방위군의 소년병들은 유리조각이나 나무로 된 부적을 지니고 다닌다. 부적을 갖고 있으면 총알이 피해간다고 믿는다. 사망한 동료들은 거짓말을 했거나 불순한 생각을 품었기 때문에 벌을 받은 것으로 생각한다. 이 나라의 반군세력인 혁명통일전선(RUF)은 친정부 마을의 주민들을 복속시키기 위해 소년병을 시켜 마을 지도자를 살해하게 했다.
▽역할〓소년병들은 심부름꾼 전령 보초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전투에도 투입된다. 많은 경우 총알받이로도 쓰인다. 콜롬비아 반군은 소년병을 ‘딸랑이’라고 부른다. 보초나 첨병을 맡는 이들의 비명소리를 듣고 적이 기습했거나 지뢰가 매설되었음을 미리 알 수 있기 때문.
여자어린이에게는 또 하나의 임무가 추가된다. 성노리개다.
탈출을 시도하는 소년병은 잔인하게 응징한다. 콜롬비아 반군은 배신한 소년병을 동료들에게 살해케 한 뒤 그의 피를 나눠 마시게 했다.
▽대책〓유엔을 비롯한 각종 국제단체는 분쟁지역 국가와 단체들에 어린이들의 징집을 금지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실효성은 거의 없다. 병력이 부족한데다 명령을 잘 따르는 등 효용성이 높아 소년병의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