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공룡둘리」독일 개봉…판권 3억원 최고액

  • 입력 1999년 1월 12일 19시 18분


국내 영상물로서는 최초로 ‘아기 공룡 둘리’가 독일 5대 도시 14개 극장에서 21일 일제히 상영된다. 국산 애니메이션이 유럽 영상시장의 벽을 넘어선 것.

현지 배급사를 제치고 독일 영상시장에 직접 진출한 ㈜손에손 대표 손경우씨(43)는 “일본 애니메이션은 폭력성과 선정성 때문에 유럽에 뿌리를 내리지 못했지만 친근한 동물을 주인공을 내세운 ‘둘리’는 호평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둘리는 17일과 20일 시사회를 거쳐 베를린 쾰른 뮌헨 함부르크 프랑크푸르트 등 5대 도시에서 개봉된다. 한달 후 비디오로, 3개월 뒤에는 유료방송, 6개월 뒤에는 공중파TV로 소개된다. 81분짜리 둘리의 판권은 지난해 유럽최대의 미디어 그룹인 베타타우르스가 25만달러(약 3억원)에 인수했다.

이는 국내 애니메이션업계 사상 기록적인 액수. 해외 견본시장에서 편당 수천달러가 보통이라 5만달러만 받아도 엄청난 일이기 때문.

“2년간 독일의 영화배급사에서 일을 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둘리의 상품성이 결코 일본 애니메이션에 뒤지지 않는다고 확신한 그는 96년 독립배급회사를 만든 다음 독일로 뛰었다. 회사원 생활을 그만두고 독일 생활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영국 등 다른 유럽국가에서 5만달러 안팎의 금액을 제시해 왔지만 거절했다. 직배방식의 독일 진출에 승부를 건 것이다. “직배방식을 택한 까닭에 극장 상영비용 8만달러를 빼고도 17만달러가 남은 것입니다.”

그는 잡초처럼 강인한 ‘충무로 영화가’가 살아 있는 한 한국의 영상산업 장래는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들어 정부가 영상산업 진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다행이지만 제작 못지 않게 유통분야에도 신경을 써주기를 당부했다.

〈조헌주기자〉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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