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들은 잇따른 부도사태와 자금난 등으로 신규투자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반면 외국기업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내세워 한국시장 공략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
여기에 일본제품 수입을 억제해온 수입선 다변화정책이 올6월 해제됨에 따라 가전 자동차시장에서 또 한차례 시장쟁탈 회오리바람이 예고된 상태다.
▽점포수 확장하는 외국 할인점업체〓외국업체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는 분야는 할인점 업계.
작년 1억8천1백만달러를 투자, 국내에 진출한 마크로(미국월마트)는 올해도 상반기중 서울 역삼점을 포함해 부산 울산 대구 등 6개 미개발 부지를 서둘러 개발한다는 방침.
월마트에 비해 소극적이었던 까르푸도 새해들어 분당점을 새로 개점한데 이어 매장수를 현재 7개에서 3, 4개 더 늘릴 계획. 유통업계 관계자는 “IMF이후 잇단 부도로 대부분의 할인점들은 점포수를 확장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며 “외국업체가 확장을 거듭할수록 시장을 빼앗기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털어놓았다.
▽공격경영 개시한 외국계 제조업체〓시장쟁탈전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보이는 업종은 식품 및 생활용품 분야.
특히 작년 월드컵 마케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코카콜라와 97년말 쌍용제지를 인수한 P&G는 올해도 공격경영을 계속할 전망. 투자여력이 부족한 국내업계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네슬레도 작년 IMF한파로 보류했던 생산공장 증설 등 대규모 시설투자를 다시 추진한다.
이와 함께 작년 머리염색화장품으로 국내시장에 들어온 로레알은 올초부터 슈퍼용화장품 ‘뉴욕 메이블린’으로 색조화장품 시장을 공격중이며 에스티로더 유니레버 등도 국내 중저가 화장품시장에 뛰어들 태세다.
자동차업계에서는 BMW가 작년 대규모 물류센터를 완공한데 이어 올초 판매대행사인 코오롱상사에 2천만달러를 지원하는 한편 이달말경 신차 뉴3시리즈를 내놓는 등 적극적인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일본제품 상륙 임박〓수입선 다변화품목중 작년말 지프형 자동차, 25인치이하 컬러TV, 캠코더 등 32개 품목이 해제된데 이어 올 6월에는 승용차, 25인치이상 컬러TV, 전기밥솥 등 나머지 16개 품목까지 완전 해제될 예정.
이에 따라 소니 아이와 등 일본 가전회사들은 이달중 수입규제가 해제된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며 베스트전기 조신전기 등 일본 대형양판점도 시장조사를 끝내고 본격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 자동차업체들도 비밀리에 국내 물류기지 부지를 물색하는 등 상륙준비를 거의 끝낸 상태.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일본차는 한국까지 운반시간이 18시간에 불과해 유럽이나 미국차는 물론 한국차보다도 경쟁력이 월등해 5년이내에 10% 이상 시장을 빼앗을 것”이라며 “한국업체들도 서비스 강화 등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