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자본이동이 브라질쇼크」급속확산 초래

  • 입력 1999년 1월 17일 19시 11분


드러누운 ‘브라질경제’
드러누운 ‘브라질경제’
‘베이징에서 나비가 날갯짓 하면 뉴욕에 폭풍이 분다.’

최근 브라질의 금융위기로 국제금융시장이 요동하는 모습은 국제금융계에 나도는 이 말을 생각나게 한다.

브라질의 한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대외채무 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한 직후부터 남미와 미국의 증시는 폭락했고 그 여파는 즉시 세계로 번져갔다.

단위국가의 경제에 충격이 있으면 주변국들이 이를 흡수 완충하는 것이 기존의 상식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일파만파로 확대재생산되는 정반대의 길을 밟고 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세계경제의 동반화 현상〓요즘 자본이 국경을 넘나들 때 거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 각국 금융시장의 개방과 선물 옵션 스와프 등 파생금융상품의 발달 덕분이다. 더욱이 헤지펀드(국제적 단기투기자본)가 세계 금융시장을 주무르고 있어 한 나라의 충격은 여과없이 세계로 전파된다.

현재 국제 외환거래총액중 무역대금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1%에도 못미친다. 자본거래가 실물거래를 보완하던 과거와 전혀 다른 양상이다.

한 국가의 경제충격이 인근국가에 번지는 현상을 ‘전염효과’, ‘인접효과’ 또는 ‘데킬라 현상’이라 부른다.

다만 종전까지는 충격이 가까운 나라부터 차례로 전파됐던데 비해 요즘은 ‘빛의 속도’로 전 세계에 동시에 번진다는 차이가 있다.

▽남미경제의 비중 증대〓이번 사태는 또 남미경제의 비중이 커졌음을 잘 보여준다.

세계의 거대자본이 급성장하는 남미에 집중됐고 이곳에 대한 무역의존도나 현지거점화도 확대됐다. 남미는 아시아나 마찬가지로 더 이상 ‘세계경제의 변방’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고속성장에도 불구하고 재정적자와 외채의 누적, 인플레의 일상화 등 남미의 기초경제여건은 취약하다.

이 때문에 지방정부의 모라토리엄이라는 어찌보면 그리 크지 않은 듯한 사건이 세계금융시장 전체를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브라질의 특수한 위치〓97년 7월 태국에서 시작된 아시아 환란의 충격이 홍콩을 거쳐 뉴욕에 상륙(97년11월)하는데는 석달 이상이 걸렸다. 이에 비해 브라질위기의 전파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이같은 빠른 전파는 브라질과 미국의 ‘특수관계’ 때문이다.

미국 은행들의 브라질 대출액은 2백56억달러나 되며 2천여개의 미국 기업이 현지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 마디로 브라질은 ‘미국경제의 뒷마당’인 셈.

세계경제를 떠받치는 미국경제가 흔들리면 금융위기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아시아나 높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호황 덕분에 그나마 수출을 꾸려온 유럽도 함께 흔들릴 수 밖에 없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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