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엘리자베스 돌 여사가 미국 적십자사 총재직을 사임하고 대선 출마 의사를 내비친데 이어 빌 클린턴대통령의 부인 힐러리여사의 상원의원 도전설이 나오고 있는 등 미 정치권에 ‘우먼파워’가 전례 없이 드세지고 있다.
이들외에도 백악관진출을 노리는 여성 정치인은 여럿이다. 민주당출신 샌프란시스코 상원의원 다이안 페인스타인여사는 앨 고어 미부통령이 대통령에 출마할 경우 가장 유력한 부통령 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페인스타인은 1978년부터 1988년까지 샌프란시스코 시장을 지낸 관록의 여성정치인.
공화당 소속의 크리스틴 토드 휘트먼 뉴저지주 주지사와 케이 베일리 허치슨 상원의원도 차기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 출신인 휘트먼은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낙태 지지자이기 때문에 기독교도들의 반대가 심하다. 텍사스주 출신의 허치슨 상원의원은 같은 텍사스주 주지사 조지 부시 2세의 그늘에 가려 실제 출마 여부는 불투명하다.
여성 우주인 출신 마에 제미슨, 체로키 인디언의 권익을 대변해온 운동가 윌마 맨킬러 등은 본인들의 의사에 관계없이 대통령 후보에 거명되고 있다. 그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후보는 밥 돌 전상원의원의 부인인 돌여사다. 하버드대 법대 출신인 돌여사는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 로널드 레이건과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각각 교통부장관과 노동부장관을 지냈으며 91년부터 8년간이나 미국 적십자사를 이끌며 많은 사회활동을 했다.
시사주간 타임의 여론조사결과 ‘지금 공화당 대선후보를 선택할 경우’로는 조지 부시2세가 38%, 돌여사가 26%로 나타났으며 ‘민주당의 앨 고어 현부통령과 돌 여사가 후보에 나설 경우’ 돌여사의 지지가 48%로 45%의 지지를 받는 고어부통령을 누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돌여사는 특히 지난번 대선후보였으며 광고모델로도 출연중인 남편 돌 전상원의원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고 있다.
이처럼 많은 여성들이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에 오르내리는것은여성유권자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증대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제 선거에서 이기는 방법은 여성 후보자를 잡는 것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특히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패배한 공화당에는 더욱 절박한 과제다. 공화당은 지난 선거의 패배이유를 여성 유권자 공략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백악관을 되찾기위해 2000년 대선에서는 온건한 이미지를 가진 여성 후보자를 내세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는 것.
〈정성희기자〉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