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우다웨이 주한中대사

  • 입력 1999년 1월 19일 20시 00분


《‘한반도 위기설’에 대해 중국도 초연한 입장이 아니다. 북한과 ‘전통적 우호관계’에 있는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핵의혹과 미사일로 인한 긴장고조여부에 대단히 민감하다. 또 한반도 위기를 이유로 일본이 군비확장에 나서는 것도 중국으로서는 ‘강건너 불’이 아니다. 본지는 보스워스 주한미국대사(18일자 11면 참조)에 이어 우다웨이(武大偉)주한중국대사와 만나 중국입장을 들어봤다.》

―최근 거론되고 있는 한반도 위기론에 대한 대사의 의견은…

“한반도 정세를 두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남북한관계로 과거에 비해 정세가 많이 완화됐습니다. 한국정부는 일련의 새로운 정책을 택했고 북한에도 새로운 변화가 있었습니다. 남북한간에 민간교류도 증가했고 분위기도 개선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남북한간에는 긴장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중국은 남북한 양쪽이 지금까지 이룬 진전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이같은 완화추세를 유지 발전시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주변의 국제적인 환경에는 지금 일련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반도 정세에 복잡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 한반도 비핵화원칙 지지 ▼

―북한의 핵의혹과 미사일 발사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북한이 발사한 물체에 대해 북한은 위성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미사일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일부 나라가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중국은 이 문제가 대화를 통해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중국은 이 협상에 성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핵의혹은 금창리 지하 시설의 투명성을 북한이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 아닌지요.

“북한이 완전히 투명하지 않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북―미 핵합의 이후 미국은 북한에서 핵사찰을 했습니다. 이번에도 북한은 핵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일정한 조건 아래 미국에 현장사찰을 허용할 용의가 있다고 했습니다”

―중국과 북한은 과거 혈맹관계였는데 중국이 북한을 설득할 수는 없을까요.

“중국은 핵문제에 관해 우리의 입장이 있습니다. 우리는 핵독점에 반대하고 핵확산에도 반대합니다.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지지합니다. 한국에서 이것을 알고 있고 북한도 알고 있습니다. 중국도 핵확산에 반대합니다. 어떤 나라가 사찰을 통해 핵확산을 막으려 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입니다. 다만 사찰받을 나라의 허락이 있어야 합니다.”

―미국의 북한핵 강제사찰에 중국은 반대한다는 것인지요.

“우리는 강제사찰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중국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나는 미국이 이 문제와 관련해 이해와 융통성을 보여주는 게 아주 중요하다고 봅니다. 중국은 각국 국민의 선택을 존중하고 내정에 간섭하지 않습니다. 중국의 이 원칙은 한국이나 북한에도 예외가 아닙니다.”

―중국은 핵독점에도 반대하고 핵확산에도 반대한다는데 이는 모순이 아닙니까.

“모순이 아닙니다. 과거 핵무기는 초강국의 손에 쥐어져 있었고 세계평화에 위협적이었습니다. 그후 중국도 핵을 개발했는데 목적은 핵독점을 깨기위해서였습니다. 지금 세계는 핵실험금지와 핵확산금지라는 조약을 승인했고 중국도 여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1차 핵실험을 한 후 중국은 비핵국가와 비핵지역에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최초로 선언했습니다.”

―미일 새가이드라인과 관련해 일본은 전역미사일방어체계(TMD)공동개발참여 및 독자적인 정찰위성 보유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책은….

“미국과 일본이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양국간의 내부적인 일입니다. 미국과 한국, 한국과 일본의 군사협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협력은 지역 평화와 안정에 손상을 주지 말아야 하며 다른 나라의 이익을 해쳐서도 안됩니다. TMD는 미국과 일본이 몇년전부터 계획한 것이고 범위도 넓습니다. 우리는 TMD계획에 대해 신중을 기할 것을 양국에 요구했습니다. TMD가 완성되면 이 지역의 전략적 균형이 깨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과 일본이 어떻게 하는지를 보고 대응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장쩌민(江澤民)주석이 작년 일본을 방문하는 등 중국과 일본 관계도 새로운 발전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는 우호교류의 역사가 있고 또 일본이 중국을 침략한 역사가 있습니다. 그중에서 우리는 우호전통을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중국은 일본이 역사의 교훈을 받아들여 평화발전의 길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북한과 대만 접근움직임이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어떤지요.

“대만은 지금 북한과 일부 민간교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만은 중국국토의 불가분의 일부분입니다. 대만문제는 중국내정이고 어떤 나라도 간섭할 권리가 없습니다. 우리는 중국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들이 대만과 민간교류를 하는데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떤 형식이든 두개의 중국을 조작하려는 데 대해서는 견결하게 반대합니다. 북한은 중국의 이런 입장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북한은 왜 개혁개방에 주저한다고 보십니까.

“지금 개혁은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모든 나라가 다 시행하고 있습니다. 미국 러시아 중국 한국 모두 개혁하고 있습니다. 개혁은 세계의 대세입니다. 어떤 좋은 제도라도 개혁을 하지 않으면 경직됩니다. 이는 체제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는 그 나라의 사정에 달려있습니다.”

▼ 위안貨 평가절하 없을것 ▼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에 전세계의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 중국은 위안화를 평가절하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있는데요.

“장주석과 주룽지(朱鎔基)총리가 최근 평가절하가 없을 것이라고 재천명했습니다. 중국의 경제실정을 생각하면 위안화 평가절하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중국의 경제상황을 잘 파악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아시아 경제위기는 중국 경제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미쳤고 또 중국은 작년에 큰 수해도 입었습니다. 그러나 중국 경제는 작년에도 지속적인 고속성장을 유지했습니다. 작년 성장률은 7.8%였고 올해도 7%내외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외환보유고는 1천4백억달러를 넘고 있고 물가도 안정돼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내수를 진작할 여력이 있습니다. 우리는 중진국이면서도 아시아국가들이 위기극복하는데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위안화 가치고수는 아시아 경제회복을 위한 하나의 정책적 고려이기도 합니다.”

―중국은 최근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과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서가 아닌지요.

“그렇게 간단하게 해석할 수는 없습니다. 중국의 외교정책 기조는 독립 자주 평화입니다. 중국은 어떤 국가와도 동맹관계를 맺지 않습니다. 또 중국은 러시아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서유럽 등 세계 어느 나라와도 관계개선을 바랍니다. 21세기에 우리는 현명해야 합니다. 21세기는 평화의 세기, 발전의 세기, 안정의 세기가 돼야 합니다.”

대사는 대담이 끝난 뒤 “북한에 불리한 일이 있으면 한국이 은근히 좋아하는데 이는 좋은 생각이 아닐 것”이라고 덧붙이고 “중국은 진심으로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바란다”고 말했다.

〈대담=최맹호국제부장 정리〓이종환기자〉ljhzip@donga.com

[우다웨이 대사 약력]

▽1946년〓중국 헤이룽장성에서 출생 ▽73∼79년〓주일 중국대사관에서 근무 ▽80∼85년〓국무원 판공청 근무 ▽85∼89년〓주일 중국대사관 2급, 1급비서 ▽89∼92년〓외교부 아주사(亞洲司)처장, 참사 ▽92∼94년〓외교부 아주사 부사장 ▽94∼98년〓주일 중국대사관 공사 ▽98년9월∼현재〓주한 중국대사

[중국의 대한반도 관계 일지]

▽84년4월〓한국과 민간교류 확대 희망

▽85년5월〓‘대한관계 독자추진’을 북한에 통고

▽86년10월〓서울 아시아경기에 선수파견

▽86년11월〓중국의 방문 초청을 김일성이 거절

▽88년9월〓북한에 평화5원칙 강조, 88 올림픽 참가

▽89년12월〓북한―중국 국경분쟁

▽91년9월〓대한민국 국호사용

▽92년4월〓양상쿤주석, 평양방문

▽92년8월〓한―중수교

▽92년9월〓노태우대통령 방중

▽94년3월〓김영삼대통령 방중

▽94년7월〓김일성 사망

▽95년11월〓장쩌민 주석 방한

▽96년7월〓대북식량지원 시작

▽98년11월〓김대중대통령 방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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