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거짓말한 아들을 야단치려고 하자 아들은 “대통령이 거짓말을 하는데 나는 왜 안되느냐”고 항변했다고 한다. 아버지로서, 어른으로서 그는 할 말을 잃었을 것이다. 마침 서울에서는 같은 나이의 초등학생이 차에 치일 뻔한 동생을 구한 뒤 생명을 잃은 사건이 있었다. 동생을 살려야 한다는 일념에서 비롯된 본능적 행동이었을지 모른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 어른이었다면 과연 어떤 행동을 취했을까 궁금하다.
▽어린이에게 모범이 되는 진정한 ‘어른’을 찾기 힘든 세상이다. 우리의 경우 ‘생존’의 명분으로 최소한의 윤리와 도덕조차 저버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자녀교육도 마찬가지다.‘밖에서 맞고 들어오지 말고 차라리 남을 때리고 들어오라’고 가르친다. 이런 살벌한 어른 밑에서 청소년이 올곧게 자라기를 기대할 수 없다.
▽선진국에서는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는 데 IQ(지능지수) EQ(감성지수)말고도 MQ(도덕지수)를 따지는 경향이 늘고 있다. 윤리교육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인본주의적 가치를 동반하지 않는 지식은 세상을 냉혹하게 만들 뿐이라는 반성에서 시작된 움직임이다. 책장 깊숙이 들어 있던 도덕책이 다시 각광을 받는 것이다. 대통령을 꾸짖는 어린 학생의 편지는 도덕의 필요성을 실감하기에 충분하다.
홍찬식<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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