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20일 미국 증시의 이상과열과 주가폭락 위험을 경고한 데 이어 선진국 자산가치의 붕괴가능성이 강력히 제기되면서 이같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지수는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 이후 20일 19.31포인트, 21일에는 71.83포인트가 각각 떨어졌다.
특히 첨단기술주 중심으로 운영되는 나스닥시장의 지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초까지 기록적으로 상승했으나 21일 70.77포인트(2.9%)가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12월 14일 이후 최대의 하락률이다.
뉴욕증시의 하락세는 남미의 경제위기와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 등의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그동안 폭등세를 보여온 미국 증시의 거품이 걷히기 시작하는 조짐으로 해석되고 있다.
나스닥지수의 폭락 역시 과대포장돼 온 인터넷관련 주식들의 거품이 빠지는 현상으로 해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추세가 뚜렷해질 경우 세계경제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6%에 그쳤으나 주가상승률은 27%에 이르렀다. 또 인터넷관련 주식은 지난 1백1일간 무려 260%나 급등해 대표적인 거품으로 지적돼왔다.
한편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의 캐시 미너핸 총재는 21일 상공회의소 초청연설에서 “FRB는 인플레 및 기업경기와 함께 자산가치의 변동에도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자산의 거품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또 미국의 투자가 조지 소로스도 22일 “선진국 자산가치가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며 증시에 이어 선진국 자산거품의 붕괴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이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회견에서 “미국의 ‘자산 거품’이 터지게 되는 날 세계적 경제위기가 불어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로스는 “미국 소비자들은 지금 전세계로부터의 예금유입 때문에 벌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쓰고 있다”며 “이는 건전하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했다.그는 또 “다음 세계경제위기는 붐이 끝장날 중심지인 미국에서 발생할 것”이라며 이를 80년대의 일본 거품경제에 비유했다.
〈구자룡기자·도쿄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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