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화려한 수식어를 지닌 영화제도 흔치 않다.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가 지원하는 것으로도 유명한 선댄스 영화제가 21일 미국 유타주의 스키휴양지 파크시티에서 열다섯번째 개막 팡파르를 울렸다.
8백50개 출품작 가운데 올해 선보이는 영화는 모두 1백14개. 토드 윌리엄스 감독의 ‘어드벤처 오브 세바스천 콜’, 스티브 말러의 ‘오텀 하트’ 등 16편의 극영화, 로리 케네디의 ‘아메리칸 할로우’ 등 16편의 다큐멘터리가 각각 경쟁부문에 올라있다. 개막작품은 거장 로버트 알트먼의 코믹드라마 ‘쿠키스 포춘’.
“올해는 코미디가 많고 도시적 드라마가 줄었다. 여성에 관한, 또는 여성이 쓰거나 연출한 ‘여성영화’가 두드러진다”는 것이 영화제의 실세이자 프로그램감독인 조프리 길모어의 말. 다큐멘터리의 수준이 이례적으로 높은 것도 올해의 특징으로 꼽힌다.
올해 파크시티에 몰려든 참가자들은 1만5천여명. 젊은 영화인들의 도전적 실험정신이 불을 뿜는 영화가 태반인지라 거리에서 영화속 등장인물처럼 빨간머리 파란머리 폭탄맞은 듯한 머리를 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78년 동네 영화잔치로 시작된 선댄스 영화제는 85년 로버트 레드포드가 “독립영화에 초점을 맞춘다”는 조건에 선댄스협회를 세워 회장직을 맡으면서 활기를 띠었다. 선댄스란 명칭도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의 원제인 ‘Butch Cassidy(폴 뉴먼 분)and Sundance Kid(로버트 레드포드 분)’에서 딴 것.
선댄스가 발굴한 감독으로 스티븐 소더버그, 코언 형제, 아벨 페라라, 로버트 로드리게스, 쿠엔틴 타란티노 등이 쟁쟁하다. 한국영화로는 박철수감독의 ‘301 302’ ‘학생부군신위’와 진원석감독의 데뷔작 ‘투 타이어드 투 다이’가 나온 적이 있으나 올해는 출품작이 없다.
“선댄스의 정신은 일과 놀이가 하나되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거기서 에너지가 솟아나오도록 하자는 것이죠.”
로버트 레드포드는 이를 위해서는 영화인들의 사랑과 열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파크시티(미국)〓김순덕기자〉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