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시 동쪽으로 80㎞ 정도 떨어진 롱 아일랜드섬 중간 해변가의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학교 캠퍼스. 고은시인이 읊은 스토니브룩의 ‘한국’은 바로 올해 설립 20주년을 맞는 이 대학의 한국학과.
스토니브룩 한국학과는 설립 20주년이 되는 오는 3월19일 캠퍼스내에서 대대적인 축하행사를 갖는다. 이 행사엔 이홍구(李洪九)주미한국대사 이시영(李時榮)주유엔대사 오명(吳明)동아일보사장과 현지교민이 대거 참석할 예정.
하버드 컬럼비아 버클리 시카고대 등 미국내 명문대 20여곳에 한국학과정이 개설되어 있지만 이곳의 한국학 연구는 그 성과나 규모면에서 남다르다.
한국학 관련 강의를 맡고 있는 교수및 강사가 10여명에 이르고 독립된 학과사무실과 직원도 확보하고 있다. 정약용 이황 이이 등 한국의 전통사상과 한미관계 등 지금까지 영문으로 발간한 한국학 관련 단행본도 십여권에 이른다.
이같은 성과는 현지교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대학측의 집중투자, 한인교수들의 적극적 노력이 3박자로 어우러져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다.
스토니브룩 주립대의 한국학 연구는 미국내 다른 대학들이 한국 정부나 기업의 거액 지원금으로 시작된 것과는 달리 77년 현 한국학과장 박성배(朴性培·66)교수가 이 대학에 부임, 정신과의사들이 주축이 된 현지 교민들의 자발적 스터디모임을 지도하면서 시작됐다.
78년 이 대학에서 공부하던 한국계 대학원생들로부터 한국학회를 창립하자는 의견이 대두됐고 79년 5월 국제적 규모의 원효사상 심포지엄이 성공을 거두자 한국학 연구의 필요성이 본격 대두됐다.
교민들의 모금운동과 대학당국의 행정적 지원에 힘입어 82년 한국어강좌가 처음으로 열렸고 87년에는 학부의 한국학과정을 아시아학과에서 독립시켰다.
박교수는 “당시 교민들이 ‘스토니브룩 주립대에 한국학과를 설립하는 것은 재미 한국인들의 문화적 독립운동이나 다름없다’는 인식아래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교수와 교민들의 열의에 감동한 존 마버거 당시 총장과 셜리 케니 현총장 등 대학당국의 지원 또한 남다르다고 한다.
중국 일본 인도 관련연구소가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한국학과만은 10만권이상의 장서를 갖춘 전용 도서관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입증한다.
〈스토니브룩〓정영태기자〉ytce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