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제1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지구촌에서 세계경찰역할을 자임해온 미국. 그러나 작은 국력에도 불구하고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복종하기를 거부하는 ‘강심장’ 지도자들의 면면도 만만치 않다.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62)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신유고연방 대통령(58)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의장(72)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혁명평의회의장(57) 등이 대표적 인물.
이들은 나름대로의 이념과 신조를 갖고 국가를 다스리는 지도자.
공통점은 지역에서 맹주를 자처하며 미국과 빈번하게 충돌하고 그 방법도 위기를 고조시킨 뒤 물러서는 작전으로 미국을 끈질기게 괴롭히고 있으며 미국이 ‘손을 보면’ 볼수록 정치적 영향력은 커지고 국내 권력기반이 공고해진다는 것. 경제가 피폐해졌고 인권탄압, 무자비한 통치방식도 같다.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반(反)이스라엘과 아랍민족주의의 깃발 아래 텍사스주 크기밖에 안되는 나라를 이끌며 미국과 극한대결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91년 걸프전에서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후세인을 꺾지 못해 지난해 대규모 공습이후 지금도 전투기로 미사일기지를 간헐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후세인에 대한 이라크 국민의 지지는 거의 광신적이다. 공습이 임박할 때마다 대통령궁으로 몰려가 인간방패를 구축한다.
밀로셰비치 신유고연방 대통령. 서방언론은 그를 8년째 계속되는 발칸반도의 인종청소작업의 주역으로 보도하고 있다. 보스니아사태에 이어 세르비아의 코소보주 알바니아계 주민에 대한 탄압은 그의 지휘로 계속되고 있다. 밀로셰비치는 미국 등의 강경대응으로 상황이 급박해지자 지난 해 10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공습을 수시간 앞두고 코소보로부터 철군을 약속했으나 올들어 다시 알바니아계 주민들에 대한 공격을 재개해 미국의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민족주의자인 그는 세르비아인들 사이에는 14세기초 세르비아왕국의 전성기를 이끈 슈테판 두산에 비견되는 위대한 지도자로 꼽힌다.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의장은 이들의 형님격. 생존하는 세계 지도자중 최장기 집권 기록을 보유한 그는 미국의 뒷마당인 카리브해에서 사회주의 국가 쿠바를 이끌며 40년째 미국에 맞서고 있다.
미국은 카스트로를 제거하기 위해 여러 차례 반정부 쿠데타와 암살을 시도했다가 모두 실패했다.
카다피 리비아 혁명평의회의장은 69년 27세때 무혈 쿠데타로 왕정을 무너뜨린 뒤 아랍전통과 사회주의를 합친 독특한 사회체제를 형성했다. 그는 미국내 이슬람교연합과 혁명단체인 ‘블랙팬더’를 지원하는 등 극렬한 반미 정책을 추진하다 86년 3일간에 걸친 미국의 공습으로 죽음을 모면하는 위기를 겪기도 했다.
카다피는 반미 아랍국가들 사이에서는 ‘아랍의 영웅’으로 불린다. 리비아는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무아마르 카다피 인권상’을 만들었는데 지난해 수상자는 카스트로였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