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王家 후계싸고 암투 조짐

  • 입력 1999년 1월 28일 19시 48분


중동지역에서 ‘분쟁 해결사’로 불리는 후세인 요르단국왕(63)이 재발한 임파암 수술을 받기 위해 26일 미국으로 떠난 뒤 요르단의 정정(政情)이 새삼스레 관심을 끌고 있다.

권력승계를 둘러싼 ‘궁정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동을 순방중인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부 장관이 28일 예정에 없던 요르단을 전격 방문해 궁금증이 더욱 커지고 있다.

요르단은 현재 겉으로는 정치불안의 조짐은 없어 보인다. 후세인왕이 왕세자를 동생 하산왕자(51)에서 장남 압둘라(37)로 교체한 직후 하산왕자는 “군주의 뜻에 따르겠다”며 조카 압둘라와 함께 나타나 틈새가 없음을 과시했다.

그러나 안으로는 권력투쟁의 조짐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군부에서 다소의 동요가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후세인왕은 왕세자 교체이유를 밝힌 공개서한에서 “하산과 그의 탐욕스러운 측근들이 군부내 나의 심복들을 갈아치우려 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치료받던 후세인왕이 20일 급거 귀국한 것도 군부내 동향이 심상찮았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학자출신인 하산왕자는 군부내 인맥은 적지만 34년 동안 왕세자로 있으면서 상당한 인맥을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 소장인 압둘라 왕세자는 하산왕자와는 대조적이다. 군부내 인맥이 튼튼한 반면 정치 경제 국제분야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험이 빈약한 편이다.

이 때문에 압둘라왕세자가 바람잘 날 없는 중동지역에서 빼어난 외교력으로 국가를 지탱하고 중동평화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후세인왕처럼 국가를 끌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적대관계인 이라크와 이스라엘사이에 놓여있는 완충지대인 요르단은 미국의 대(對)중동정책 요충지이다. 요르단의 정정이 불안해지면 이라크 시리아 팔레스타인의 과격파들이 숨어들어 중동의 불안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요르단이 무너지면 이스라엘의 안보는 직접적인 위협을 받는다.

미국이 요르단의 정정에 예민한 관심을 쏟는 것은 이 때문이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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