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피해 빈손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미국으로 건너간 쿠바인들이 미국 경제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세계 최대 시리얼식품제조업체인 미켈로그사는 올해초 쿠바난민 출신인 카를로스 구티에레스(45)를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했다.
쿠바 수도 아바나 출신인 그는 다섯살때인 59년 1월 쿠바가 공산화되자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 1.5세대. 그는 탁월한 경비절감 노하우와 강력한 추진력을 높게 평가받아 켈로그사의 사령탑에 발탁됐다.
쿠바난민 출신 CEO로 미국에서 가장 유명했던 기업인으로는 97년 사망한 로베르토 고이주에타 전코카콜라회장을 들 수 있다.
포천지 선정 미국내 1천대 기업에 포함된 퍼킨엘머사의 토니 화이트회장(52)과 종합 스포츠용품업체인 리복의 마케팅담당 사장 안젤 마르티네스도 역시 쿠바출신.
미국내 중남미(히스패닉)계 소수민족중 쿠바출신은 5%에 불과하다. 그러나 중남미계가 소유하고 있는 5백대 기업중 무려 27%(1백35개사)를 쿠바인이 갖고 있다. 또 50대 중남미계 기업중 19개사(38%), 25대 기업중 10개사(40%)가 쿠바인의 소유다.
이들의 탁월한 경영능력은 어디서 나올까. 미국 유에스에이 투데이지는 이들 탁월한 쿠바출신 경영인들이 한결같이 공산화 이전 쿠바 백만장자의 2세 출신이란 점을 꼽았다.
이들의 부모는 대부분 쿠바가 공산화되자 많은 재산을 고스란히 쿠바에 남겨둔 채 단돈 몇십달러를 쥐고 미국으로 도망쳐 나왔다.
백만장자에서 하루아침에 극빈층으로 전락한 부모를 보면서 이들은 강한 의지와 불굴의 도전자세 등 개척적인 기업가정신을 키울 수 있었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