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아시아적 가치라는 것은 과연 무슨 뜻인가. 그 용어는 언제 어떻게 생겨났으며 왜 문제가 되고 있나.
▼ A
아시아적 가치는 아시아가 지니고 있는 정신적 문화적 특성 혹은 가치관을 말한다. 주로 공동체의식, 가족주의, 효 예와 같은 유교적 덕목들이다.
이 용어는 70, 80년대 동아시아 신흥공업국의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설명하기 위해 서구학자들이 만들어낸 말이다. 그들은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소위 네마리의 용이 모두 유교 문화권이라는 점에 착안해 유교적 가치를 경제 발전의 원동력으로 파악하면서 그것을 아시아적 가치라고 불렀다.
그런데 90년대말 동아시아국가들이 경제 위기에 빠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아시아적 가치가 과연 유효한 것인지, 지금까지의 해석이 맞았는지에 대한 회의가 일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시아적 가치가 연고주의, 부정부패 등을 낳기때문에 유교권 국가에선 서구식 민주주의가 힘들며 시장경제가 제대로 성숙될 수 없다는 논리로까지 이어졌다. 거기에다 최근엔 아시아적 가치가 동아시아 경제 위기의 주원인이 됐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 Q
그러면 아시아적 가치는 부정적인 것인가. 그리고 아시아적 가치로 동아시아의 경제발전을 설명하는 논리는 틀렸다는 말인가.
▼ A
아시아에는 아시아의 독특한 정신문화가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거기엔 긍정적인 측면, 부정적인 측면이 모두 들어있기 마련이다. 최근 경제 위기의 원인이라고 얘기되는 부정적인 모습은 아시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발전은 사회의 모든 부문이 한데 어우러져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아시아적 가치는 이것을 유교문화 하나에만 환원시키는 우를 범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아시아적 가치에 집착해선 안된다는 지적이 많다.
▼ Q
서구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아시아적 가치라는 개념을 사용해왔다는 지적이 있는데 과연 그런가. 그리고 우리는 아시아적 가치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 A
서구인들이 아시아적 가치를 부각시켰던 것은 아시아의 발전을 강조함으로써 서구의 결속을 노렸고 최근 그 반대로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것은 서구적 시장경제 가치를 주입시키려는 속셈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충돌론’이 동서양문명의 충돌을 통해 서양인의 견제심리를 강조하려 했다는 의심을 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점에서 “아시아의 경제위기는 아시아적 가치 때문이 아니라 국제 환투기꾼 때문”이라는 마하티르 말레이시아총리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리콴유(李光耀)전싱가포르총리가 “유교적 문화전통에선 서구적 민주주의가 정착될 수 없다”며 개발독재를 추진한 데 대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아시아국가에서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꽃피울 수 있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아시아적 가치의 장단점 중 어느 한쪽만을 취해선 안된다는 사실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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