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슈뢰더 정책」첫 심판서 참패…헤센州선거서 뒤져

  • 입력 1999년 2월 8일 19시 48분


3일로 출범 1백일을 맞은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총리의 사민당(SPD)과 녹색당의 적―녹연립정권이 받은 첫 ‘성적표’는 ‘낙제’에 가까웠다.

연립정권은 7일 실시된 헤센주 지방의회 선거에서 야당인 기민당(CDU)에 패했다.

개표결과 CDU는 43.4%를 차지해 39.4%를 차지한 SPD를 누르고 제1당이 돼 5.1%를 얻은 자민당(FDP)과 연정을 구성하게 됐다. 녹색당은 7.2%의 득표에 그쳤다.

SPD 입장에서 볼 때 헤센주의 패배는 단순히 ‘한 지방의회 선거에서 졌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우선 SPD는 헤센주에서 패배함에 따라 각 주 대표로 구성되는 연방상원에서 5석을 잃음으로써 과반 의석을 상실하게 됐다.

또 야당이 이번 선거의 성격을 국적법 등 논란이 되고 있는 여당의 정책을 평가하는 ‘신임투표’로 규정했기 때문에 이번 패배로 슈뢰더정부가 입게 될 정치적 타격도 만만찮다.

더구나 헤센주는 91년부터 SPD가 집권해 온 ‘텃밭’. 선거결과를 본 SPD측의 한 간부는 “대단히 씁쓸하다”고 실토한 것도 이 때문.

올해는 헤센주를 시작으로 16개주중 7개주에서 지방선거가 이어질 예정이어서 SPD측은 이번 결과가 다른 주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국적법논란이라고 분석했다. 슈뢰더정부는 집권후 혈통주의 국적법을 개정, 독일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한편 독일국적 취득자격을 완화키로 결정해 보수세력의 거센 반대에 부딪쳐왔다.

CDU는 이같은 반외국인정서에 호소, 국적법 반대를 이번 선거 최대 이슈로 부각시키는 전략을 구사, 결국 성공을 거뒀다.

86년만에 국적법을 개정, 올 여름까지 이를 통과시키려던 슈뢰더정부의 계획은 암초에 부딪치게 됐다.

현재 독일에는 7백40만명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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