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만큼 많은 스캔들에 시달린 지도자는 없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대선에 나설 준비를 하던 92년 1월 밤무대 가수가 그와의 불륜을 폭로한 이후 6년이 넘도록 각종 스캔들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이때문에 ‘2차대전후 최대 호황’ ‘30년만에 재정흑자 달성’ 등 눈부신 경제적 업적이 스캔들과 뒤범벅이 돼 과연 역사에 클린턴의 긍정적 이미지가 기록될 것인지, 반대가 될 것인지에 대한 논란마저 일고 있다.
▽클린턴의 여난(女難)〓클린턴의 섹스스캔들이 처음 불거진 것은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내의 후보지명전이 한창인 92년 1월. 아칸소주의 밤무대 가수였던 제니퍼 플라워스(47)가 “12년간 클린턴과 관계를 맺어왔다”고 폭로했다.
결국 클린턴은 98년 1월 폴라 존스(33)와의 성희롱 소송중 플라워스와의 성관계를 인정했다.
존스는 94년 5월 클린턴이 아칸소 주지사 시절이던 91년 5월 주정부 직원인 자신에게 오럴섹스를 강요했다며 손해배상을 제기했다. 존스와의 송사는 4년을 끌다 지난해 85만달러를 배상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클린턴은 존스 소송이 한창 진행중이던 95년 6월 백악관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던 모니카 르윈스키(25)와 ‘부적절한 관계’를 시작했다가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다. 르윈스키 스캔들은 존스 소송이 끝날 무렵인 지난해 1월 불거져 결국은 상원의 탄핵재판을 받는 엄청난 사건으로 비화됐다.
이밖에 92년 대선 당시 클린턴의 선거운동을 도왔던 캐슬린 윌리(52)도 지난해 3월 “93년 백악관 근무 당시 클린턴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했으며 클린턴의 고교동기인 돌리 카일 브라우닝(51)은 지난 30년간 간헐적으로 관계를 맺어 왔다며 둘의 관계를 담은 소설을 발표하기도 했다.
▽각종 ‘게이트’〓리처드 닉슨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한 ‘워터게이트사건’을 빚대 ‘…게이트’라고 불린 각종 비리사건도 클린턴을 괴롭혔다.
케네스 스타가 클린턴과 숙명의 대결을 벌이기 시작한 것은 94년 8월 ‘화이트 워터 게이트’ 특별검사로 임명되면서부터. 사건의 요지는 클린턴이 아칸소주지사 시절인 78년 친구 제임스 맥두걸과 함께 ‘화이트워터 개발회사’라는 부동산투자회사를 세운뒤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부당 이득을 취했다는 것. 그러나 맥두걸은 수감중 옥중에서 심장병으로 사망했고 부인 수전은 증언을 거부하며 수감생활을 하고 있어 수사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스타검사는 그러나 클린턴대통령의 부인 힐러리가 96년 3월 백악관 여행담당 직원 7명을 부당해고토록 했다는 ‘트래블게이트’, 96년 6월 백악관이 9백명의 공화당 정치인에 대한 연방수사국(FBI) 비밀자료를 불법 입수했다는 ‘파일 게이트’ 등을 계속 파헤졌다. 스타는 수사결과 19명을 기소하고 13명이 유죄판결을 받도록 했으나 ‘몸통’의혹을 받아온 클린턴부부의 혐의는 밝혀내지 못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월 ‘르윈스키 스캔들’이 터지자 스타는 면책을 조건으로 르윈스키로부터 클린턴과의 성관계를 시인하는 증언을 끌어냄으로써 결국 클린턴에게 의회의 탄핵재판을 받는 수모를 안겼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