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들이 한결같이 꼽는 이번 스캔들의 최대 승자는 거듭된 남편의 외도에 가장 속상했을 법한 클린턴대통령의 부인 힐러리여사. 과도한 국정 개입으로 눈총을 받기도 했던 힐러리여사는 스캔들이 계속되는 13개월간 남편의 곁을 견고히 지킴으로써 기품있는 퍼스트레이디의 이미지를 심는데 성공했다.
나아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는 남편보다 더 환영받는 찬조연사로 활약하면서 자연스럽게 정치일선에 나섰고 급기야 내년 뉴욕주 상원의원선거에 출마하라는 압력을 받을 정도가 됐다.
힐러리여사는 대변인인 마사 베리를 통해 12일 “출마 여부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공표, 남편의 후광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정치를 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
반면 클린턴대통령은 지금까지 직무수행에 대한 여론의 높은 지지를 바탕으로 무죄 방면되기는 했지만 역사가 그에게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라는 지적.
상하 양원에서 탄핵표결을 거치는 동안 일사불란한 단합을 과시한 민주당도 승자. 특히 민주당의 사령탑인 하원의 리처드 게파트, 상원의 톰 대슐 원내총무는 탁월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공화당의 충격은 자못 크다. 여론을 등지면서 무리하게 탄핵재판을 강행했지만 일부 소속의원들마저 탄핵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탄핵재판에 들어가기 전인 지난해 이미 2명의 지도자를 잃는 대가를 치렀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중간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그의 후임으로 선출된 밥 리빙스턴 의장내정자는 도색잡지 허슬러 발행인 래리 플린트의 폭로로 혼외정사가 드러나 각각 정계에서 은퇴했다.
하원의 원로였던 헨리 하이드 법사위원장과 댄 버튼 하원정부개혁감시위원장 등도 대통령 스캔들의 여파로 혼외정사 등의 어두운 과거가 폭로돼 패자로 꼽힌다.
뭐니뭐니해도 최대의 패자는 케네스 스타검사. 지난 6년 동안 무려 5천만달러의 세금을 수사비용으로 사용하면서 ‘대통령 잡기’에 혈안이 됐던 스타검사는 워싱턴 포스트지 등 각종 매체의 여론조사 결과 미국민이 ‘워싱턴에서 가장 싫어하는 인물’로 꼽혔다.
미 언론도 패자로 꼽힌다. 미 언론들은 선정주의적 경쟁을 벌여 섹스스캔들을 여과없이 보도했으며 ‘익명의 소식통’을 남발하고 지나치게 많은 지면과 방송시간을 스캔들에 배정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았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