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안테나]이란 혁명가, 反美서 親美로 변신 화제

  • 입력 1999년 2월 17일 20시 04분


‘혁명의 열정은 시들고.’

영국 더 타임스지의 인터넷 신문은 최근 이란의 이슬람 혁명 20주년을 맞아 79년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을 점거할 때 앞장섰던 대학생이었던 압바스 압디(42)의 근황을 소개하는 기사에 붙인 제목이다.

팔레비 왕정을 무너뜨리고 이슬람공화국을 세운 79년 2월. 당시 압디는 아야툴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혁명정신에 감명을 받아 가슴이 뜨거운 22세 대학생 전사였다.

그를 비롯한 대학생들은 이같은 열정으로 그해 11월 반미 구호를 외치며 미대사관을 점거했다. 이 사건은 81년1월 인질 52명이 풀려날 때까지 장장 4백44일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0년이 지난 오늘. 압디는 5명의 자녀를 두고 머리도 벗겨진 중년으로 변했다. 외모뿐만 아니라 생각도 달라졌다.

압디는 개혁을 주도하는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로 반미구호를 접고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지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대사관 점거 당시 인질이었던 배리 로젠을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 화해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의 회고. “자유는 혁명 당시 슬로건이었다. 2천5백년 동안 전제왕정만 보아왔던 우리로서는 진정한 자유를 경험한 적이 없었다.”

그는 “97년 하타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비로소 자유를 느꼈다”면서 “진정한 자유를 알기까지 20년이 필요했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혁명 20주년 기념행사가 계속되는 요즘 이란의 보수파들은 혁명 이후 세대가 행사에 관심도 없다며 “혁명정신으로 돌아가자”고 외치고 있다.

그러나 압디는 “재미를 추구하고 좋은 교육을 받은 젊은층이 관심이 없는 게 당연하다”며 “원래 20번째 결혼기념일이 첫번째보다 재미없지 않으냐”라고 말했다.

압디는 “이란내에는 아직 보수파의 영향력이 크다”면서 “그러나 결국 하타미 대통령이 싸움에서 승리해 사회를 좀더 자유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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