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족은 4천년 동안 나라없이 살아오면서도 고유언어와 전통을 지켜온 세계최대의 유랑민족이다. 대부분 이슬람교 수니파.
쿠르드족은 현재 터키북부(1천만∼1천2백만명) 이란(5백만명) 이라크북부(4백만명) 시리아(1백만명)와 구소련 지역의 산악지대에 흩어져 살고 있으며 인구는 2천만∼2천5백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쿠르드족은 이들 나라에서 소수민족으로 나라없는 설움을 받으며 가난하게 살고 있다. 터키 내 쿠르드족은 그리스계나 아르메니아계 등 다른 소수민족과는 달리 고유언어를 사용하는 게 금지돼 있다. 또 이라크 내 쿠르드족은 사담 후세인 정권으로부터 극심한 탄압을 받고 있으며 88년에는 이라크정부의 독가스살포로 수백명이 희생되기도 했다. 지금은 유엔이 설정한 이라크 북부의 비행금지구역 내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
이들의 오랜 꿈은 독립국가 창설. 쿠르드족은 1차대전 때 오스만터키제국과의 투쟁의 대가로 영국과 프랑스로부터 독립약속을 얻어냈으나 양국의 배신으로 좌절된 바 있다. 1차대전의 승전국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오스만터키제국을 분할하는 과정에서 쿠르드족을 현재처럼 갈라놓았다.
쿠르드족은 84년 분리독립을 위해 터키정부와 무력투쟁을 시작하면서 이라크 이란 시리아 등 인근 국가 내 동족을 포함하는 ‘범쿠르드국가’(Greater Kurdistan)를 제창했다. 그러나 이같은 구상은 터키뿐만 아니라 주변국들로부터 심한 견제를 받았다. 쿠르드족 독립국 창설이 자국 내 정정에 엄청난 폭발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터키 내 쿠르드족의 무력투쟁은 90년대 초 터키의 대대적인 소탕령으로 상당히 약화된 상태. 지금은 자치국가 또는 터키와의 연방제 구성을 내세우고 있다.
쿠르드족은 주변국가의 견제도 심하지만 워낙 오랜기간 각기 다른 나라에 속해 있어 정파별 또는 종교별로 반목이 심해 결집력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오잘란의 체포로 지난 14년간 3만여명의 인명피해를 내며 계속돼온 터키 내 쿠르드족의 독립운동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쿠르드족 내 강경파는 무장투쟁을 강화하는 쪽으로 온건파는 정치적 해결에 좀더 비중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