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잘란에 대한 처리는 그가 터키인들이 용서할 수 없는 테러리스트인데다 터키가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는 인권후진국이라는 점 때문에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터키 당국은 일단 오잘란을 외딴 섬 임랄르의 교도소에 격리수용했다. 흔히 ‘교도소섬’으로 불리는 임랄르섬은 마르마라해에서 약 30해리 정도 떨어져 있다. 터키정부는 오잘란을 섬으로 압송하기 직전 이곳에 있던 2백50여명의 죄수들을 모두 다른 곳으로 이송하는 등 치밀한 ‘작전’을 펼쳤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 교도소에 오잘란 한명만 가둔 채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는 것.
터키 정부는 17일 “오잘란이 한동안 이곳에 머물게 될 것”이라며 “그에 대한 심문을 이미 시작했다”고 밝혔다. 뷜렌트 에제비트 터키총리는 오잘란이 체포된 직후 미 CNN방송과의 회견에서 “오잘란에 대한 수사 및 재판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환경에서 이루어질 것”이라며 “터키 정부는 재판과정에 개입할 의사도,권리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터키당국이 오잘란으로부터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고문이나 구타 등 불법행위를 할 것이라는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터키당국은 17일 새벽 오잘란을 변호하기 위해 터키로 입국하려던 국제 변호인단을 암스테르담으로 되돌려 보내 이같은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입증했다.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인터내셔널)도 이날 성명을 통해 오잘란에 대한 고문가능성이 우려된다면서 “오잘란에게 변호인 선임권을 보장하라”고 터키 당국에 촉구했다.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도 “오잘란이 정당하고 합법적인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뜻을 터키정부에 전달했다.
테러혐의로 기소된 오잘란의 혐의가 사실로 인정되면 극형을 면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에제비트총리는 17일 “터키는 지난 15년간 단 1건의 사형도 집행하지 않았다”고 밝혀 오잘란에게 사형이 선고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쳤다.그는 그러나 전날 CNN과의 회견에서는 “당장 터키의 사형제도를 폐지하기는 어렵다”고 밝혀 사형에 처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엇갈린 발언을 했다.
〈강수진기자〉sjak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