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佛 「영상전쟁」…유럽최고 영화제 경쟁치열

  • 입력 1999년 2월 21일 18시 42분


21세기 문화산업의 꽃, 영상분야에서의 독·불 경쟁이 뜨겁다.

독일 베를린영화제와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유럽 최고의 자리를 놓고 수십년간 다퉈온 두 영화제는 그간 주목받는 수작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국가의 자존심을 걸고 치열한 물밑 다툼을 벌여왔던 앙숙 관계.

이제는 그 싸움이 영화제 집행위원장과 정부 각료까지 나서 상대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총력전의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

베를린 영화제의 모리츠 데 하델른 집행위원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단 한 치의 영화산업 영토’도 칸에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칸이 베를린에서 3편의 영화를 빼앗아 갔고 베를린도 칸에서 3편을 가져왔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무승부”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베를린 영화제때 3편의 영화가 막판 출품을 취소했고 올해는 베를린 영화제가 프랑스 영화 3편을 끌어들인 일을 일컫는 것.

지난 수년간 베를린 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진출한 프랑스 영화는 한 편도 없었으며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독일 영화도 전무했다. 이는 양 국 감독들이 자국 영화제에만 참여하라는 집행위의 압력에 굴복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베를린 영화제 집행위원장뿐 아니라 미하엘 나우만 독일 문화담당 국무장관도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베를린 영화제의 위상이 다른 유럽 영화제보다 높아져야 한다”며 “특히 5월에 열리는 칸영화제의 ‘좋은 날씨’를 탁월한 작품 수준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여름에 열렸던 베를린 영화제는 칸 영화제(봄)와 이탈리아 베니스 영화제(늦여름)사이에 끼어 좋은 작품을 유치하기 어려워지자 20여년전 할리우드의 성탄절 개봉 대작들을 칸에 앞서 선점하기 위해 겨울로 개최시기를 앞당겼었다.

나우만 장관은 “갈수록 영화제들간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지만 우리가 선두에 서길 바란다”며 독일 영화의 황금기를 되찾기 위해 올해안으로 연방, 주 정부가 영화계 대표들과 만나 영화산업 진흥대책을 협의하겠다고 약속했다.

〈베를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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