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전세계 PC용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의 90%를 점유해 온 인텔의 독점시대가 막을 내렸다.
미국의 컴퓨터 시장조사업체 ‘PC데이터’는 1월 미국내 PC판매동향 조사결과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스(AMD)의 K6프로세서를 장착한 PC가 전체 판매량의 43.9%를 차지해 사상 처음으로 인텔을 꺾고 1위에 올라섰다고 발표했다. 펜티엄Ⅱ와 셀러론 등 인텔 프로세서 탑재 PC는 40.3%에 불과했다.
‘거인 골리앗을 이긴 꼬마장사 다윗’에 비유되는 AMD의 선두부상은 연간 두배 가까이 확대된 1천달러 미만의 저가형 PC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AMD는 저가형 PC의 50%를 점유해 25.4%에 그친 인텔을 큰 차이로 따돌렸다. 그러나 1천달러 이상의 PC시장에서는 인텔이 6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여전히 우위를 지켰다.
▽예견된 이변〓인텔의 추락은 이미 지난해부터 예견됐었다. 국제데이터협회(IDC)에 따르면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시장 점유율이 97년 90%에서 작년말에는 75.7%로 떨어진 반면 경쟁업체인 AMD는 같은 기간에 6.6%에서 15.5%로 놀라운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6월 출시된 AMD의 K6Ⅱ프로세서의 선풍적 인기가 결정적 요인이 됐다.
▽순탄치 않은 펜티엄Ⅲ 행로〓인텔은 지난달 26일 출시한 펜티엄Ⅲ에 설욕의 기대를 걸고 있다. 전세계 판촉비용으로 3억달러를 책정했을 정도.
그러나 펜티엄Ⅲ는 전자상거래때의 보안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부여한 ‘프로세서 시리얼 번호(PSN)’라는 고유번호가 개인정보를 유출시킨다는 비판여론에 직면해 앞길이 불투명하다. 이미 독일의 컴퓨터잡지 C’T가 펜티엄Ⅲ의 보안장치에 결함이 있음을 밝혀냈다.
반면 경쟁사인 AMD는 펜티엄Ⅲ보다 처리속도면에서 앞선다는 평가(정보통신 출판업체 지프 데이비스)를 받는 K6Ⅲ프로세서를 23일 출시해 맹렬하게 공략중이어서 앞으로 세계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은 대변혁의 시대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