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임연철/「聖女 테레사」

  • 입력 1999년 3월 2일 19시 28분


가톨릭은 오랜 전통을 가진 종교답게 엄격한 전례(典禮)와 규율을 갖고 있다. 그중에서도 교황청 시성시복성(諡聖諡福省)이 주도하는 성인추대의 절차는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우선 성인이 되려면 순교자나 생전에 탁월한 신앙적 모범을 보여 복자(福者)위에 올라야 대상이 된다. 그후 복자와 관련된 기적이 2건이상 보고되면 교회법학자 의사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교황이 최종적으로 성인이 된 것을 선포하게 된다.

▽그러나 예외없는 규칙은 없는듯 지난 84년 한국 천주교 창설 2백주년을 맞아 한국 성인 1백3위를 시성할 때는 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결정으로 기적 심사가 면제되기도 했다. 당시 교인들간에는 1백3위 뿐만아니라 그 뒤를 잇는 수많은 순교자가 나오고 오늘날의 융성한 교세를 이룬 것 자체가 ‘기적’이 아니냐며 교황의 기적심사 면제를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97년 타계한 ‘가난한 이들의 어머니’ 테레사수녀의 시성과 관련해 또 다른 예외가 현 교황에 의해 이뤄졌다는 뉴스가 화제다. 시복과 시성 절차는 고인의 사후 5년이 지나야 시작될 수 있으나 바로 착수할 수 있도록 특면(特免)조치가 내려진 것이다. 테레사수녀에 대한 시성요구가 너무 크고 진지해 특면했다는 교황청의 발표를 접하며 다시한번 고인의 생전업적을 생각하게 된다.

▽인도 캘커타에서 시작돼 전세계로 확대된 테레사수녀의 반세기에 걸친 빈민구제 활동은 항상 인류의 가슴에 감동을 안겨주는 삶 그 자체였다. 이미 본보는 그의 빈민을 위한 성스러운 삶을 평가해 81년 5월 첫 방한 때 ‘현대의 살아있는 성녀(聖女)’로 부른 바 있다. 빠르면 내년 중 시성될 가능성도 있다니 명실공히 ‘성녀 테레사’로 부를 날도 멀지 않은 것같다.

임연철 <논설위원>ynch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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