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졸업식에서의 일장기 게양과 기미가요 제창을 둘러싼 교육당국과 교사들의 갈등으로 고민하던 히로시마(廣島)현 세라(世羅)고교 이시카와 도시히로(石川敏浩·58)교장 자살사건(본보 2일자 A11면 보도)의 파문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는 2일 노나카 히로무(野中廣務)관방장관에게 “국기와 국가의 법제화 문제를 내각차원에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노나카장관은 기자회견을 갖고 “국기와 국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일장기와 기미가요가 국민각층에 정착돼 있는 현실과 문부성의 지도요령으로 대처해 왔으나 이제 내각차원에서 법제화 등 근본적 검토를 해야 할 시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또 “이시카와교장자살사건은 대단히 충격적이고 가슴아픈일이며 이 문제를 단순히 학교장 지도만으로 대응할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일본정부는 국기 및 국가의 법제화 절차와 문제점에 대한 검토를 거쳐 빠르면 연내에, 늦어도 내년까지 결론을 낼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일장기와 기미가요가 일본의 국기와 국가로 적합한지에 대한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일본정부는 초중고교 학습지도요령(교육과정)을 통해 입학식과 졸업식에서 일장기를 내걸고 기미가요를 부르도록 독려해 왔으나 “군국주의 망령을 떠올리는 일장기와 기미가요를 의무화하는 것은 ‘잘못된 과거’로의 복귀를 의미한다”는 반발도 적지 않았다.
일장기는 침략전쟁의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기미가요는 천황을 칭송하는 내용이 전후(戰後) ‘민주주의 일본’에 어울리지 않아 법적 지위를 잃었으나 국제경기 등에서 국기와 국가로 통용돼 왔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