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2일 빌 클린턴 대통령의 요청을 받고 코소보행을 결심했다. 돌은 96년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출마해 클린턴과 맞섰던 인물. 클린턴이 돌에게 미 외교의 최대 난제(難題)중 하나인 코소보 사태 해결을 맡기자 워싱턴 정가는 “국익을 위해 대통령이 정파를 초월한 결정을 내렸다”며 환영 일색.
미국에서는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이나 정치적 라이벌에게 외교특사를 맡기는 경우가 흔하다. 돌 전의원만 해도 작년 9월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코소보를 방문했다.
돌의 코소보 방문은 그의 부인인 엘리자베스가 공화당의 강력한 대선 후보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더욱 눈길을 끈다.
클린턴 대통령의 입장에서 보면 그가 밀고 있는 앨 고어 부통령과 대결할 가능성이 높은 공화당 인사의 남편에게 언론의 집중 세례를 받을 기회를 제공한 셈.
미국만 국익을 위해 정파를 초월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도 73년 제1차 석유위기 때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당시 총리가 최대 정적인 경제통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에게 대장상을 맡아달라고 간청해 후쿠다가 석유위기를 넘긴 사례가 있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