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금창리 핵개발의혹」이용 한국 혼란노려』

  • 입력 1999년 3월 8일 19시 33분


북한의 금창리 핵개발 의혹은 핵무기 자체를 개발하려는 것보다 의혹을 최대한 이용해 미국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한국을 혼란에 빠뜨리려는 것이 목적이라고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게이오대 교수가 지적했다.

오코노기교수는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기고한 ‘북한정세, 냉정한 인식을’이라는 글에서 식량지원 등에 의해 북한의 지하시설 사찰이 결국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기고문 요지.

북한의 핵개발의혹이 재연돼 ‘3월 위기설’ ‘6월 위기설’, 심지어 ‘전쟁 불가피설’까지 나오고 있다. 93년3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와 최근 미국 영국군의 이라크공격이 너무 강한 인상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94년 10월 제네바합의 이후 4년반이 지났지만 경수로건설 중유공급 경제제재완화 등은 북한의 기대 만큼 진전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제네바합의 이행상태에 불만을 표시하며 핵개발 재개를 시사하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의혹을 받는 지하시설 건설도 합의이행을 촉구하면서 합의가 깨질 경우의 대비책으로 처음부터 계획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의회나 국제여론은 이런 복잡한 경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처음부터 북―미합의를 이행할 뜻도 없으면서 비밀리에 금창리에 핵시설을 건설해 왔다고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위기 시나리오는 오히려 김대중(金大中)정권의 햇볕정책을 확대시키는 계기가 됐다. 김영삼(金泳三)정권이 한국을 배제한 북―미교섭에 강하게 반발했던 것과 달리 김대통령은 북―미교섭에 의한 위기회피를 희망하고 있다. 대북정책의 획기적 전환이다.

향후 주목할 것은 미국도 다시 북한과의 관계정상화, 경제제재의 완전철폐,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단계적 일괄타결’을 지향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그러나 일괄타결의 결과는 한국의 기대에 어긋날지도 모른다. 북한이 미국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한국의 협력을 얻어 경제난국을 극복한 뒤 남북정부간 대화만 의도적으로 파기해 한국의 혼란을 획책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일본과 미국은 한국의 전략적 이니셔티브를 존중해 대북관계를 개선해 가면서도 남북관계가 급속히 악화될 경우에 대응할 수 있는 속도조절장치를 남겨둬야 한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