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전자애완동물 ‘퍼비(Furby)’가 어른들의 간절한 요청으로 마침내 잠을 자게 됐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쉬지 않고 재잘거리는 기존 퍼비 대신에 ‘깊이 잠자는 퍼비’가 내달부터 시판된다는 것.
‘털북숭이’라는 뜻의 퍼비는 첨단 컴퓨터칩이 내장된 장난감 인형. 눈 귀 입 등을 움직일 뿐만 아니라 간지럽히면 킥킥 웃기까지 한다. 문제는 퍼비가 외부의 작은 자극에도 반응한다는 것. 조용한 곳에서는 잠을 자지만 주변의 작은 소리나 움직임에도 깨어나 ‘퍼비시’라는 고유언어나 영어로 떠든다. 켜고 끄는 스위치도 없기 때문에 조용한 밤만 빼고는 종일 떠드는 셈. 퍼비의 수다로 고통받는 사람이 너무 많아 ‘퍼비 공포증(퍼비포비아)’이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 그러나 신종 퍼비는 거꾸로 뒤집어 흔든 뒤에 바로 세워주어야만 잠에서 깨어난다.
지난해 11월 첫 선을 보인 퍼비는 지금까지 미국에서만 4백50만개나 팔렸다.
지난해 성탄절에는 퍼비를 사달라는 자녀들의 성화에 못이긴 부모들이 장난감가게 앞에서 장사진을 이뤄 ‘퍼비 열풍(퍼비 피버)’라는 유행어도 생겨났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