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북한은 ‘불바다’ 발언 등의 극한적 자세를 보였던 94년 때와 달리 이번에는 금창리의 핵사찰을 순순히 허용하는 등 훨씬 유연한 자세로 협상에 임했다.
북한이 18일 동안 14차례에 걸친 마라톤회담을 하면서도 한번도 ‘판’을 깨려 하지 않았던 것은 식량난 등 심각한 경제난 극복을 위해서는 외부지원이 절실하다는 절박한 현실인식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다음달 초로 예정된 윌리엄 페리 미 대북정책조정관의 보고서 작성을 앞두고 미국측과의 정면대결은 일단 피하겠다는 의사표현일 수도 있다. 실제로 북한은 처음부터 ‘타협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북한은 핵개발 의혹시설의 공개를 통해 식량 및 경수로 지원 등의 상당한 실리를 챙겼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