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석상에서 늘 근엄한 표정만 짓던 하야미총재는 16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연신 웃음을 흘리며 기뻐했다.
얼굴을 밝게 만든 결정적인 요인은 도쿄(東京)증시의 활황이었다. 이날 닛케이(日經)평균주가는 7개월 반만에 16,000엔대를 회복했다.
이번 주가상승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일본경제가 금융불안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증시가 깊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는 듯한 조짐은 증권가 분위기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동안 썰렁하기만 했던 각 증권회사에는 주식매입주문이 급증했다.
특히 일본증시를 차가운 눈으로 보던 외국인투자자가 “이제는 일본주식을 살 때”라며 적극적인 투자자세로 돌아섰다. 19일의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660.86엔 오른 16,378.78엔을 기록했다.
증시회복 원인은 일본의 저금리정책과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 공공기금 투입, 금융기관 및 기업 구조조정, 실물경기의 회복조짐으로 갈 곳을 찾고 있던 여유자금이 증시로 몰리고 있기 때문.
특히 일본의 98회계연도 결산기인 이달말이 지나면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주가상승행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엔화가치 및 금리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달러당 엔화환율은 1백17엔대 내외에서 소폭 등락을 거듭했다. 지난달말 엔화환율이 1백20엔을 넘으면서 일각에서 나왔던 엔화폭락세 우려는 기우에 그쳤다. 그렇다고 엔화가치가 크게 강세로 돌아설 기미도 없다. 일본정부는 “환율은 등락보다는 어느 정도 안정적이냐가 더 중요하다”며 반기고 있다.
중앙은행의 저금리 유도정책으로 대표적인 장기금리인 3년만기 국채의 유통수익률이 연 1.8% 내외, 초단기 금리인 하루짜리 콜금리가 1%미만에서 안정됐다. 당분간 주요 금융기관의 도산가능성도 극히 낮다.
일본 금융시장의 회복은 일본은 물론 아시아 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한국 경제에도 반가운 일이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