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피노―프렝탕―르두트(PPR)그룹은 “29억달러를 들여 이탈리아의 패션업체 구치의 지분 40%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19일 발표했다.
그동안 구치 인수를 위해 공을 들여온 루이뷔통 모에에네시(LVMH)그룹은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LVMH는 작년 12월 구치의 지분을 34.4%까지 확보하는 등 인수 직전까지 갔다가 ‘법정공방도 불사하겠다’는 구치측의 저항으로 주춤한 상태였던 것.
베르나르 아르노 LVMH회장(55)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암스테르담 법정에 PPR와 구치의 계약을 무효화해달라는 소송을 19일 제기하는 한편 구치 주식에 대한 공개매입을 시작한 것.
아르노 LVMH회장과 프랑수아 피노 PPR회장(63)은 서로 성장배경이나 성격이 상당히 대조적이다.
아르노 회장은 프랑스 명문 에콜 폴리테크닉을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콘도미니엄 분양 등으로 돈을 모았다. 71년 귀국한 뒤 에네시 코냑 루이뷔통 지방시 크리스티앙 라크루아 겐조 로웨 셀린 등 유명한 패션 브랜드를 차례로 인수했다.
반면 피노회장은 학위는 물론 자격증이라곤 운전면허증조차 없는 인물. 모로코계 이탈리아인으로 60년대 목재도매업으로 돈을 모아 프렝탕백화점, 세계적인 포도주 제조업체인 샤토 라투르, 크리스티경매회사 등을 인수했다. 아르노의 꿈이 ‘사치품왕국 건설’이라면 피노의 전략은 ‘사업다각화’인 셈.
성격도 매우 달라 아르노는 냉정하고 자기절제가 강한 반면 키가 작은 피노는 정열적이고 친구를 좋아한다고 한다.〈파리〓김세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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