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서 열릴 71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원로 감독 엘리아 카잔(89)이 평생공로상을 받는다. 그러나 그에게 축하를 보내야 할지, 야유를 보내야 할지를 놓고 미국 영화계가 들끓고 있다.카잔은 ‘초원의 빛’ ‘에덴의 동쪽’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 ‘워터프런트’ 등 걸작들을 만든 거장.
논란은 그가 한때 공산주의자였다는 사실 때문. 미국에서 공산주의자들을 색출하는 매카시 선풍이 몰아닥치자 카잔은 52년 반미활동청문회에 불려나가 공산당에서 함께 활동한 영화인들을 실토했다.
미 CNN방송은 20일 카잔의 밀고로 고초를 치른 버나드 고든 감독이 “카잔의 수상 차례가 오면 손을 깔고 앉아 항의 표시를 하자”고 영화인들에게 제의했다고 전했다. ‘카잔 리스트’에 올랐던 작가 에이브럼 폴란스키는 “누가 그를 사살하기를 바란다”고까지 말했다.
카잔을 지지하는 세력도 만만찮다. 에인란드 연구소 밀고진상조사위는 ‘카잔은 미국의 영웅’이라며 지지를 선언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카잔은 나와 동료들에게 위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