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리 인촌강좌 강연요지]『손잡고 21세기 열자』

  • 입력 1999년 3월 21일 19시 48분


고려대와 와세다(早稻田)대는 자매결연을 맺은 사이다. 대학발전에 진력한 인촌 김성수(仁村 金性洙)선생은 와세다대에서 수학 후 구미 각국을 방문했다. 본인도 학생시절 홀로 세계를 여행했다.

한국의 근대사는 일본과의 불행한 관계로 시작됐다. 일본인들이 스스로를 반성함에 있어 양국관계 역사를 직시하는 자세는 필수적이다. 지난해 10월 일본을 방문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본인의 역사에 대한 인식과 결의를 성심으로 받아들였다. 새로운 세기에는 서로 손잡고 새 역사를 창조해야 한다.

한반도의 현실은 매우 어렵다. 아직 남북대립의 냉전구조가 존속하고 있고 미사일 발사, 북한의 침투공작 등에 의한 도발 등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북한이 우리에게 불안과 우려를 안겨주면 북한과의 우호적인 국가관계수립은 어렵다.

반면 우리의 우려와 불안 해소에 건설적으로 응한다면 인도적 지원과 국교 정상화에 건설적으로 대응할 용의가 있다.

이같은 목표를 추구함에 있어 긴장완화를 위한 대화와 예측불허의 사태를 초래하지 않기 위한 억지력이 모두 필요하다.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3국의 협력이 극히 중요하다. 일본은 4자회담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나 지역의 신뢰조성과 긴장완화를 위해 6자회담의 개최도 장차 하나의 과제로서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적 ‘평화’와 경제사회의 ‘번영’은 자동차의 양바퀴와 같다. 양국은 21세기를 향해 경제적 유대를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먼저 아시아의 경제회복을 선도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양국은 서로 도와가며 경제개혁을 추진함으로써 자국의 경제회복을 확고히 해야 한다. 상호 경제교류 및 협력의 폭과 분야를 확대해야 한다. 동북아 자유무역구상이라는 새로운 구상도 나오고 있다.

21세기는 국가간의 평화나 국가차원의 번영이 달성된다 해도 국경을 초월해 인간의 생명 및 존엄성을 위협하는 문제들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양국이 유엔을 비롯한 국제무대에서 공동작업에 참가해 전 인류사회의 안녕과 복지(Human Security)를 위한 국제적 체제마련에 이바지해야 한다.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양국은 스포츠 문화 등 교류의 폭을 넓히고 심화시켜야 한다. 고려대와 연세대가 해마다 ‘고연전’이라는 유명한 대항전을 펼치고 있는데 일본에서도 와세다와 게이오(慶應)대간의 ‘조경(早慶)전’이 열리고 있다. 이 네 학교가 교류시합을 갖는 것도 흥미롭지 않을까 생각한다. 양국의 젊은이들이 손을 맞잡고 새 역사를 창조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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