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인 월 소잉카(나이지리아·86년) 네이딘 고디머(남아프리카·91년) 데릭 월콧(트리니다드토바고·92년) 셰이머스 히니(아일랜드·96년).
해마다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는 베이다오(北島·중국) 휴고 클라우스(벨기에) 도리스 레싱(영국) J M 코에제(남아프리카) 등….
60명의 거장들이 바비칸센터 등 런던 곳곳의 학교와 도서관, 지역예술센터에서 세미나 대담 독자와의 대화 등을 갖는다. 런던시가 처음 기획한 문학축제 ‘더 워드(The Word) 페스티벌’은 이렇게 막이 올랐다. 우리 시간으로 20일부터 28일까지.
‘더 워드 페스티벌’의 프로그램에는 글쓰기의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려는 진취적인 시도들로 가득하다. 컴퓨터시대를 맞아 ‘문자 문화’가 위기에 처했다는 수세적인 의식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국내에도 번역된 ‘이기적인 유전자’를 쓴 유전학자 리처드 도킨스 옥스퍼드대교수는 ‘외계인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할까’를 주제로 강연하고 역사저널리스트인 사이먼 샤마도 대중강연을 한다. 종전의 좁은 문학개념을 뛰어넘어 과학과 역사학의 지식을 어떻게 대중에게 문자로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를 모색하는 것.
캐나다출신 여성소설가 마가렛 애트우드가 에브리맨극장에서 로버트 미첨 주연의 55년 할리우드 영화 ‘밤사냥꾼’을 소개한 것도 눈길 끄는 행사. 애트우드는 영화 상영 전 영화 속에 깃든 문학적인 상징들과 다층적인 심리묘사를 해설함으로써 문학과 영화가 행복하게 조우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7개 부문 상을 거머쥔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어떤 문화적 배경에서 탄생할 수 있었는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초청된 작가들은 영어로 작품활동을 하는 문인들. 그러나 초청자 명단에서 정작 영어권 국가의 맹주인 미국의 작가 이름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 행사가 미국에 대항해 영국 중심의 문화블록을 형성하기 위한 것임을 보여준다.
주최측이 행사홍보를 위해 마련한 인터넷 홈페이지(www.theword.org.uk)에 따르면 민간예술단체 ‘캑스튼회’가 행사를 기획했고 EFG은행 ‘막스 앤 스펜서’ ‘사치 앤 사치’ ‘칼튼 트러스트’ 등 28개의 기업과 사회단체가 스폰서를 맡았다.
행사의 절정은 28일 템즈강 유람선상에서 치러지는 ‘익스프레스 런던문학상 수상자 선정’. 참가작가들이 투표로 ‘올해에 가장 존경할만한 작가’를 가려내는 행사다.누가 뽑힐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정은령기자〉ryung@d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