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오그라드에서 의류 잡화 등의 중개상을 하는 한국교민 김계환(金桂煥·37)씨는 25일낮 동아일보와의 국제전화에서 24일 밤 이후의 현지상황을 생생히 전했다. 다음은 통화내용.
―공습이 시작된 것은 언제 어떻게 알았나.
“어젯밤 8시가 조금 지나 평소 훈련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엄청나게 큰 소리의 공습경보 사이렌이 몇분간 울렸다. 아이들이 놀라 울음을 터뜨릴 정도였다. TV와 라디오에서도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NATO군의 공습사실을 시시각각 알려주었다.”
―지금도 베오그라드에서 폭격소리가 들리는가.
“물론이다. 지금도 아주 뚜렷이 들린다. 시내에는 미사일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어젯밤 폭격당한 곳 중에는 베오그라드에서 불과 20∼30㎞ 떨어진 판체보, 70㎞가량 떨어진 발례보가 있다. 그곳에 무기공장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래서 폭격을 당한 것 같다. 초저녁부터 시작된 폭격굉음은 새벽까지 계속됐다.”
―주민들은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가.
“지난밤 내내 5,6차례의 경보가 울렸다. 시민들은 경보가 울리면 일제히 불을 끄고 경보가 그치면 불을 다시 켰다.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일부 시민들은 아파트 각 동 지하대피소나 공동대피소로 담요와 음식 라디오 등을 들고 피란 갔다. 어제 낮에도 짐을 꾸려 차량을 몰고 시내를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TV나 방송은 폭격피해를 어떻게 전하고 있는가.
“이곳 방송은 미사일이 날아가는 장면 등을 생중계했다. 코소보 자치주 주도(州都)인 프리슈티나는 아무런 피해가 없었으나 세르비아의 제2도시인 노비사드는 일부 지역이 완전히 폐허로 변했다. 몬테네그로 공화국 수도 포드고리차, 니슈그라부에바츠 등 많은 도시들이 폭격당한 장면들이 어젯밤 내내 방송됐다. 세르비아정부가 국민의 사기저하를 우려해 인명피해를 알리지 말라고 했는지 방송도 알려주지 않고 있다. ”
―시민들의 동요는 없는가.
“주유소에서 자동차 연료를 구하기가 어렵다. 대부분 떨어졌다. 기름이 남아있는 곳에도 차량들이 50∼1백m 가량 줄을 서고 있다. 외국이나 시골의 친척 친구들과 안부전화를 많이 해서 그런지 어젯밤 8시부터 11시경까지는 외부와 전화하기가 어려웠다.
―왜 떠나지 않고 있는가.
“아직까지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부부는 세르비아 아이들에게 성경을 가르치고 있다. 가급적 아이들과 함께 있을 생각이다.” 94년부터 베오그라드에서 사는 김씨는 지난해 한국대사관 폐쇄 이후 현지 교민들의 형편을 인근 루마니아 주재 한국대사관과 연락하는 등 ‘민간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다. 요즘에는 ‘교민대책위원장’으로서 교민들에게 피란요령과 피란상황도 알려주고 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