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반도 戰線확대/미국의 고민]『공습으론 한계 』

  • 입력 1999년 3월 26일 19시 22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신유고연방 공습으로 흔들리는 것은 신유고연방보다 미국이라는 진반농반(眞半弄半)의 말이 워싱턴에서 나오고 있다.

신유고연방에서는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이 국내 언론을 철저히 통제하고 외국 기자들을 모두 철수시켜 국민의 불안과 동요가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이번 공습의 정당성과 지속여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빌 클린턴 대통령이 이번 군사개입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에 ‘제2의 베트남전’으로 점점 빠져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애리조나)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의원들도 신유고 공습이 어떻게 매듭지어질 수 있을지 전반적인 전략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클린턴대통령은 25일에도 “밀로셰비치가 평화를 선택할 때까지 공습을 계속할 것”이라면서도 지상군 투입의 가능성을 거듭 배제했다. 지상전투로 미군 희생자가 발생하면 그러잖아도 미온적인 국내 지지여론이 악화될 것을 의식하고 있는 듯하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24일 조사에 따르면 코소보 개입에 대한 찬성(46%)이 반대(43%)를 약간 웃돌 뿐이다. CBS 방송의 24일 여론조사에서도 찬성(50%)이 반대(30%)보다 많았으나 이라크 공습 당시의 찬성 79%, 반대 16%에 비해서는 지지도가 훨씬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취약한 여론지지 때문에 군사개입을 공습에 국한하고 있으나 공습만으로 밀로셰비치를 굴복시킬 수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 우세하다. 그래서 이번 군사개입은 실패로 돌아갈 공산이 적지 않다고 유력지 워싱턴포스트가 25일 지적했다.

오히려 밀로셰비치에게 외국군대의 침략을 저지한 지도자로서의 명분만 더해주고 코소보 알바니아인들에 대한 세르비아계의 보복공격만 가열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클린턴은 유혈참극도 저지하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공습을 중단할지도 모른다고 이 신문은 진단했다.

다른 한편으로 지나친 폭격을 퍼부어 신유고 군사력을 궤멸시킨다면 결과적으로 코소보해방군(KLA)을 도와주어 지역분쟁이 심화될 수도 있다.

러시아와의 관계도 예측불허의 상황이다. 백악관은 미국과 유럽의 재정지원이 아쉬운 러시아가 NATO군의 공습을 물리적으로 저지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에 빠져있다.

그러나 경제회생의 길이 보이지 않을 경우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신유고에 방공무기를 지원하는 것과 같은 돌발적인 강수를 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대목 또한 폭발적 변수의 하나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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