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가 수반으로는 처음 스위스를 방문한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이 25일 루스 드레이푸스 스위스 대통령과 각료들에게 버럭 화를 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스위스에 도착한 장주석은 수도 베른의 연방의회 광장에서 스위스군의 환영사열을 받으려다 이처럼 화를 냈다. AFP는 장주석의 자동차 행렬이 광장에 들어설 무렵 근처에 모여있던 티베트 망명인사들과 스위스 인권단체들이 항의시위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근처 건물 옥상에서 ‘티베트’ ‘대화’라고 씌어진 플래카드 등을 흔들면서 고함을 질러댔다.
화가 난 장주석은 환영식을 포기하고 의회 건물로 황급히 들어가 스위스 지도자들에게 호통을 친 뒤 “여러분들은 좋은 친구를 잃고 말았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중국은 티베트의 독립요구를 묵살하고 있기 때문에 스위스 당국이 티베트 시위대를 제지하지 않은 것은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장주석이 외국 지도자들에게 비외교적인 언사를 퍼부은 것도 외교관례상 전례가 없는 결례였다는 지적이다.
각료들 앞에서 망신을 당한 스위스 최초의 여성 대통령 드레이푸스는 “장주석의 행동은 솔직함을 드러낸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소수민족과 시민의 의사표현 자유를 허용할 의무가 있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