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룽지중국총리가 다음달 6일부터 14일까지 미국을 방문한다.
그의 방미는 지난해 3월 취임후 처음이며 현직 중국총리로서는 15년만이다.
주총리의 방미는 미묘한 시점에 이뤄진다. 미국 핵기술 유출 시비와 중국 인권논란은 미중 관계를 냉각시켰지만 중국의 WTO가입 문제에서는 양국이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중관계의 본질은 무엇인가.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장기적으로는 두 초강대국으로서 긴장관계에 놓이겠지만 단기적으로는 경제적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21세기초에 중국이 미국에 맞서는 초강대국으로 부상할 전망인데다 엄청난 시장잠재력도 갖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대중(對中)관계설정에 고민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갈등 요소〓미국 국무부는 지난달 발표한 인권보고서에서 중국의 인권상황을 비판했다. 지난해 10월 중국이 가입한 ‘시민적 및 정치적 자유에 관한 국제협약’을 지키지 않았다고 몰아붙였다.
미국 정부는 중국에 대한 미국 휴즈사의 통신위성기술 판매를 중국이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다며 금지했다.
최근에는 중국이 미국 핵기술을 절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미중관계를 급랭시켰다.
미 의회는 과거 20여년간 중국이 미국의 군사기술을 불법으로 빼돌렸는지 여부를 지난해 6월부터 광범위하게 조사해 최근 7백여쪽에 이르는 ‘콕스 보고서’를 내놓았다.
2000년 미국 대통령선거도 대중(對中)정책을 좀더 강경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한편 중국은 대만까지를 포함하는 미국의 전역미사일방위(TMD)구축 방안에 대해 “중국도 제삼세계에 미사일 기술을 제공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중국에 투자한 외국기업들의 과실송금 내용 보고의무 강화 등 외환규제책을 발표해 미국 기업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협력 요소〓97년10월 장쩌민 중국주석의 방미와 지난해 6월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중국방문을 통해 양국관계는 ‘건설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규정됐다. 정치적으로 양국은 89년 톈안(天安)문사태 이후 우호관계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중국을 방문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은 “인권문제 등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WTO 가입문제에서는 근본적인 견해차가 없다”고 밝혔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주총리의 방미전에 중국의 WTO가입문제에 대한 양국의 원칙적 합의가 나올지도 모른다고 최근에 보도했다.
미국은 중국의 경제규모과 외환보유고 등을 감안할 때 개발도상국 자격으로 WTO에 가입할 수는 없다며 반대해 왔다.
관세율 인하와 농업부문에 대한 지원감축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기존입장을 상당히 수정할 가능성이 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