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컨설팅社, 재벌 빅딜다툼에 「어부지리 떼돈」

  • 입력 1999년 3월 28일 19시 24분


‘재벌간 빅딜싸움에 덕보는 것은 외국 컨설팅사뿐.’

반도체 자동차 중공업 등 빅딜에서 재벌그룹들이 인수가격을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외국 컨설팅사들만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해당 기업들이 가격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해 세계적인 컨설팅사들에 총 2백억원이 넘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며 기업가치 평가를 맡기고 있기 때문.

▽빅딜 평가비용만 2백여억원〓외국 컨설팅사들이 요구하는 건당 평가비용은 국내 컨설팅사 평균수준의 10배 정도인 최소 1백만달러(약 12억2천만원)에 달한다.

평가비용이 가장 많이 든 빅딜업종은 항공으로 KPMG 골드만삭스 등 4개사가 90억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발전설비와 선박엔진 빅딜에서 공동평가기관으로 선정된 HSBC UBS 등 3개업체가 삼성 현대 한국중공업에 대해 총 50억원을 요구했다.

반도체빅딜의 경우 통합방법에 대한 컨설팅을 맡았던 아서 D 리틀(ADL)이 현대전자와 LG반도체에 26억원을 요구해 현대측만 13억원을 지불한 상태. LG반도체 평가기관으로 선정된 메릴린치(현대측)와 골드만삭스(LG측)도 각각 최저 1백만달러를기본으로하되인수가격결정에따라성공보수를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딜로이트투시가 삼성자동차의 평가를 맡아 삼성과 대우 양사에 총 2백만달러를 받기로 하는 등 외국 컨설팅사들은 6개업종의 빅딜에서 2백억원 이상 벌어들일 것으로 보인다.

▽‘고비용’원인은 불신과 협상력 부재〓재벌그룹들이 이처럼 엄청난 비용을 쏟아붓고 있는 것은 많게는 수조원이 오가는 대형빅딜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한 것.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각 그룹이 조금만 더 협상력을 발휘해 서로가 제시한 회계자료를 신뢰하거나 최소한 단일평가기관 선정에 합의했더라면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해당업체들이 평가기관 선정에서부터 이견을 보이는 바람에 각사가 따로따로 평가기관을 선정해 지출비용은 더욱 커졌다.

항공기빅딜에선 대우가 KPMG, 삼성이 골드만삭스, 현대가 딜로이트투시를 각각 선정한데다 다시 매킨지에 3개 평가기관의 의견 조율을 의뢰해 이중으로 막대한 비용이 지출될 전망이다.

평가기관에 거액을 주고도 빅딜협상은 쉽게 진전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삼성자동차 기업가치 평가를 놓고 삼성은 “평가기관인 딜로이트투시의 제시금액을 받아들이자”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대우측은 “제시금액을 바탕으로 협상을 시작하겠다”는 입장.

▽외국 컨설팅사 “다음은 일본시장”〓빅딜을 비롯해 대형 기업인수합병(M&A)이 성행하는 국내시장은 외국 컨설팅사들의 ‘군침도는 사냥감’.

그러나 컨설팅업계에서는 이들의 최종적인 목표가 한국이 아닌 일본이라고 분석한다. 장기불황에 빠져 있는 일본에서 기업들이 M&A에 나설 경우 한국기업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초대형 거래가 빈발할 것으로 외국 컨설팅사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