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그동안 대외관계에서 물의를 빚는 사건을 일으켰을 경우 명백한 확증이 드러나도 이를 부인해 왔기 때문에 이번 반응은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따라서 문제는 일본의 대응이다.
일본은 괴선박 사건 발생 직후 “외교경로를 통해 북측에 항의하고 선박의 송환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그러나 일본이 북한측의 이번 부인을 반박하면서 사태를 더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괴선박 사건과의 무관함을 밝히고 나선 이상 일본이 항의한다고 해서 이를 시인할 개연성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측으로서는 이 사건을 계기로 자위대법의 개정 필요성에 관한 국내 여론이 조성돼 이미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점도 이같은 관측을 가능케 하는 요인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일본의 항의방침은 북―일 관계사에 공식적인 기록을 남기기 위한 형식적인 제스처일 뿐”이라며 “일본이 일본인 납치문제 등으로 최악의 상태에 있는 대북관계를 더 악화시키는 행동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지만 북―일관계가 당분간 냉각상태를 지속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해 8월 북한의 ‘광명성 1호’인공위성 발사 이후 7개월만에 터진 괴선박 사건으로 인해 여론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이 올들어 추진해 왔던 대북수교 예비협상 재개나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의 최근 방한에서 논의됐던 대북접근 추진은 한동안 유보될 가능성이 높다.
또 북한은 대미관계가 차츰 개선되는 상황에서 체제에 대한 내부 불만을 밖으로 돌릴 ‘타깃’으로 한국과 함께 일본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27일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청산하고 대북 적대정책을 수정하는 것을 대일관계 개선의 전제로 들고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래저래 동해에는 당분간 파고(波高)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